정치‧산학연 ‘디폴트옵션 도입‧기금형 퇴직연금 허용’촉구…정부 ‘글쎄’

정치‧산학연 ‘디폴트옵션 도입‧기금형 퇴직연금 허용’촉구…정부 ‘글쎄’

기사승인 2019-01-31 01:00:00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수익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국회와 학계 및 업계는 고령화 사회에서 개인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사적연금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을 활성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담당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디폴트옵션 등과 같은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선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성장성 제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주최한 ‘내 퇴직‧개인연금, 왜 수익률이 낮을까’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100세 시대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도 올해로 각각 25년,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기능이 취약하다”며 사적연금 수익률 개선 방안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대표적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도입률은 27%에 불과하다”며 “그 수익률은 국민연금 평균수익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책임질 안전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2017년 말 기준 각각 1.88%, 3.70%로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인 7.26%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사적연금 운영체계 개선 방안 주제 발제자로 나선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사적연금의 수익률 부진 원인은 자산 배분을 결정하는 지배구조에 있다”고 운을 뗐다. 

송 박사는 “실제 국민연금의 5년 평균 수익률의 97.7%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하는 전략적 자산 배분에서 나왔다”고 말하며, “퇴직연금 운용체계 개선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수탁자이사회를 통해 독립적‧전문적인 기금 운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해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계약형이다. 사용자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와 운용‧자산관리 계약을 체결해 운영한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사용자로부터 독립된 기관(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운영한다.

또 송 박사는 “퇴직 자산 보호 목적으로 도입된 위험자산 편입규제를 폐지하고 디폴트옵션을 적용해 자산배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지 못할 경우 운용회사(전문가)가 근로자의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한국연금학회 김성일 퇴직연금분과장도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것이 수익률 높이는 방법”이라며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운영의 핵심은 투자다.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서 노후에 쓰자는 것이 근본인데, 우리나라 제도는 투자가 빠졌다”며 “원리금보장 쪽에 치우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퇴직연금 운용대상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은 91.6% 차지한다. 원리금보장형과 주식형, 채권형 등을 포함한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1.9%다. 그러나 원리금보장상품을 빼면 평균 수익률이 6.6%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7.3%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책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개선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곽희경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미국의 대표적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알려진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감독기관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올초에는 원리금보장 상품을 이용자들이 금융사를 비교‧선택해 최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율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퇴직연금의 속성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곽 과장은 “근로자들 대부분이 ‘내 퇴직금’이라는 이유로 안전한 운용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폴트옵션 도입의 경우 퇴직연금 제도 당사자인 근로자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또한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성장성 제고 및 감독 여건 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곽 과장은 “(정책 당국은)회사 내 적립금 운용위원회 설립 등 논의를 통해 수익률 제고 방안을 추진 중이며, 중소기업퇴직연금 기금 제도 도입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 질의응답 시간에선 토론회에서 나온 논의가 실제화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에 김병욱 의원은 “보여주기식 일회성 토론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당내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의 주요 화제 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해 6월 중 종합적 계획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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