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허리 쪽에서 제자리를 벗어나 튀어나온 디스크, 즉 추간판이 흐르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나 저림 증상을 유발하는 요추 추간판탈출증.
허리디스크란 이름으로 익숙한,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적 질환 중 하나입니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어느덧 폐렴 다음으로, 입원 치료가 많은 두 번째 질환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목도 그렇지만 허리 부분은 실제 관절 움직임이 상당히 많은 부위입니다.
많이 쓰다 보니 그 안에 있는 디스크에도 탈이 나게 되는 것이죠.
전문의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특히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는 게 허리에 안 좋다고 하는데요.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몸의 하중이 2배 이상 허리 쪽에 집중되면서 척추에 상당한 무게를 가합니다.
당장 제 주변 동료들을 포함한 직장인이 그렇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그렇고, 사실상 허리디스크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는 상황이 다반사입니다.
디스크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충격을 완화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디스크가 잘못된 자세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이탈하면, 몸의 균형이 깨지고 심하면 마비 증상까지 부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신체 전반에, 또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죠.
<리포트1>
직장인 정유정씨는 최근 지독한 허리 통증에서 해방됐습니다.
걷는 것은 물론,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일상에 큰 지장을 초래한 허리디스크.
하지만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난 뒤부터 몸이 달라졌습니다.
정유정 42세
“엉덩이 뒤쪽부터 발끝까지 오른쪽 다리가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신경이 너무 눌려서 한 세 발짝 걸으면 앉았다가 가야할 정도로 너무 아팠어요. (수술 후) 아무래도 한참 눌려있던 신경이라서 돌아오는데 한 두달 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걸을 때 다리가 조금 묵직한 거죠. 그래도 통증이 없으니까 살 것 같아요.”
정 씨는 큰 짐을 덜었다며 앞으로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통증이 심하다고 해서 정 씨처럼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수술은 안 하는 게 가장 좋죠.
올해 스물세 살인 이민호 군은 얼마 전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 더 볼 것 없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민호(가명) 23세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아서 그런 진단이 나왔을까요?)
“1번 척추 골반이랑 5번 척추 사이에서 디스크가 터졌다고 수술을 받으라고….”
그런데 수술을 결심하고 찾은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전문의의 말에 따라 수술 없이 약물치료 등을 받고 있는 이 군.
현재는 쑤시고 당기던 통증이 걷히고, 걸을 때마다 힘이 빠졌던 다리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증상이 있더라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반면 수술을 받지 않아도 호전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김태훈 교수 /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디스크가 단순히 튀어나와있다고 해서 무조건 다 수술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디스크가 어느 레벨에서 어느 위치에서 어느 정도 튀어나왔는지를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수술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는 MRI상에서 얼마나 튀어 나왔는가 보고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 증상의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관련 사례를) 외래에서 많이 보지만, MRI에서는 증상이 심해요. 그런데 임상 증상은 별로 심하지 않아요. MRI는 별로 심하지 않은데 임상 증상은 엄청 심해요. 다 치료가 달라지는 겁니다. MRI에서 디스크 돌출 정도가 심하다하더라도 임상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으면 당연히 임상 증상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겁니다.
<스튜디오>
통증이 심하더라도 대개 수술로 직행하진 않습니다.
보존치료, 즉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주사치료 같은 걸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입니다.
주사치료는 터진 디스크 주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 그리고 꼬리뼈 쪽으로 관을 넣어 진행하는 신경성형술 등이 주를 이룹니다.
이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받고 5주 정도가 지나도 별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리 마비증상이나 대소변장애 등이 있다면 미세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디스크 절제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리포트2>
허리디스크 환자의 70%가량은 보전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우리 몸 속 디스크는 자생력도 갖고 있어 튀어나간 디스크의 60% 정도는 다시 흡수돼 제자리를 찾아가고, 또 이 중 13%는 언제 디스크 파열이 일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원래 기능을 회복해갑니다.
김태훈 교수 /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32세 여자인데요. 허리가 아프면서 좌측 다리가 저려서 오신 분입니다. MRI를 찍었는데 디스크가 상당히 크죠. 이렇게 튀어나와 있어도 다리 마비 증상은 없어요. 여기 보시면 중앙에서 약간 좌측으로 치우쳐서 엄지 손가락만한 큰 디스크가 있죠. 이런 분들이 하지마비 증상이 없다면 본인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관리만 잘 하면 2년 후에는 이렇게 되는 겁니다. (흡수가 되는 겁니까?)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디스크 돌출이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수술하지 않는 근거가 바로 여기서 오는 거죠.
(이런 경우가 있는 반면에) 이걸 보세요. 이 분은 간호사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인데, 환자를 옮기다가 ‘악’ 하면서 다 터져버린 거예요. 신경이 이렇게 있어야 하는데, 여기 디스크가 엄청 큰 게 보이시죠. 신경증상이라는 게 뭐냐 하면 이겁니다. 다리에 마비가 오는 거죠. 이걸 신경증상이라고 해요.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일반적으로 수술을 서두르는 게 좋죠.”
허리디스크는 초기에 보통 허리 통증을 유발하지만, 신경이 디스크에 눌리는 시간이 지속되면 다리가 저려올 수 있습니다.
몸의 전반적인 균형이 틀어지면서 골반통이나 하지 저림 증상은 더 심화되는데요.
이 단계를 넘어서면 마비가 오고 걷는 것마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 잡지 못한 통증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장기화되면 우울증이 생활을 지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허리디스크를 유발하는 원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예방법은 실제로 아주 간단합니다.
움추린 목과 허리를 펴고 자세를 가다듬어 척추로 가는 압력을 떨어뜨리는 게 첫 번째이고, 앉아있다가도 종종 일어나 경직된 몸을 풀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또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척추를 잡아주는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한데요.
누운 상태에서 허리 들어 올리고 내리기, 엎드려 양 팔로 상체 들어올리기 등이 도움이 됩니다.
김태훈 교수 /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허리가 약하신 분들이 처음부터 신체 굴곡이 많은 운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디스크에 더 과부하가 걸리고 제한이 되기 때문에 저는 디스크가 있는 환자들이 오시면 유산소 운동, 그게 뭐냐 하면 걷는 운동인데, 파워워킹이라고 해서 빨리 걷는 거죠. 그런 운동을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해서 어느 정도 자기의 근력을 붙이고 밸런스를 조절한 다음에 수영도 들어가고, 요가나 필라테스도 들어가는 걸 일반적으로 권장해드립니다.”
<스튜디오>
여기서 흡연 얘기를 또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음주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술보다는 담배가 허리디스크에 더 안 좋다고 합니다.
디스크 속 수핵은 뼈 주변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흡연을 하면 모세혈관이 막히면서 디스크의 퇴행이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허리디스크 그러니까 추간판탈출증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는 척추와 직결되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기둥이 무너지면 우리 몸도 무너져 버리고 마는 것이죠.
운동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허리 통증 등의 증상이 3주 이상 길게 가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꼭 받아보시고요.
디스크 말고도 다른 소견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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