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ICO진행했는데…5천억 투자금 어디로?

가상화폐 ICO진행했는데…5천억 투자금 어디로?

기사승인 2019-02-01 16:07:06

#2017년 상반기에 설립된 A회사는 하반기 해외에서 가상화폐공개(ICO)를 진행했다. 이때 모인 투자금은 300억원 정도 된다. 엄밀히 따지면 A회사가 모은 투자금은 코인형태다. 일반적으로 ICO는 회사가 발행한 토큰(코인)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퀀텀 등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를 일정 비율로 교환하는 것.

A회사가 ICO를 진행하면서 설립한 해외 법인에 소속된 직원은 5명이 넘지 않았고, 그 마저도 국내 직원이 겸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설명서와 유사한 백서(White Paper)를 투자자에게 제공했지만, 백서에는 회사에서 만든 토큰의 용도와 쓰임, 발행량 등이 적혀있을 뿐 투자금에 대한 계획은 적혀있지 않았다. 현재 A회사는 가상화폐(암호화폐)로 받은 투자금을 현금로 바꿔 200억원 가량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회사들이 스위스,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해 형식만 해외 ICO 구조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투자자들은 ICO를 통해 모집된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업 22곳을 조사해본 결과 지난해 해외에서 ICO로 조달한 자금은 555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1곳당 평균 33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셈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차리고 ICO를 진행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들은 국내 기업 직원들이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됐으며, 자금 모집 외에 다른 업무를 맡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법인을 조사한 결과 자본금 규모가 1달러인 곳도 있었다. 답변을 거부한 곳도 있었다”면서 “ICO로 수백억원을 조달했지만 공개된 사용 내역 자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업내용, 재무제표 등 투자판단에 대한 중요 정보가 없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ICO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금융, 지불‧결제 등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한 회사 중 실제 서비스를 실시한 회사는 없었다”며 “개발진 현황 및 프로필 또한 미기재나 허위 기재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죄 수준의 과대‧과장 광고를 한 곳도 있었다”며 “이들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위험한 자금 모집 수단인 ICO이지 블록체인 기술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투자 위험과는 무관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민간과 힘을 합쳐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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