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까지 고공행진 했던 바이오업종이 흔들리고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대외적 변수 등이 겹치면서 가치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단순한 지수나 개별 업종의 트렌드에 따라가기 보다는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한 종목을 매수해서, 주가가 오를 때 파는 것이 주식 투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국내에서도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대표운용사로 꼽힌다. 이 회사의 수장인 이채원 대표이사는 가치투자 전도사,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입사 이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주식에 매료되면서 펀드매니저 일을 해 왔다.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줬다. 특히 2000년 4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한국투자증권의 고유계정을 맡아 종합주가지수가 56.40% 상승에 그칠 동안 무려 435%의 수익률을 달성해 한국에서도 가치투자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증권업계에서 저평가된 엔터주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 트와이스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의 투자는 ‘신의 한수’로 불린다. 몇 해 전 JYP엔터의 주가가 4000원에 머물 당시에 과감한 투자를 해 지난해까지 약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는 국내 산업 분야 가운데 아직 중국이 따라갈 수 없는 컨텐츠 산업인 대중문화(한류)의 역량과 JYP엔터의 잠재적 가능성을 주목했던 이 대표의 안목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채원 대표가 가치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던 배경은 산업 전반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도 있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는 정량적인 평가에 70%, 사업의 전망, 성장성, 지배구조, 대주주 혹은 경영자의 자질과 도덕성과 같은 정성적인 평가를 30% 정도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가치가 우량한 것인지 판단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의존도의 다변화, 기업이 스스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체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후 섹터 담당자들을 탐방을 보내 기업의 펀더멘탈과 회사의 성향(정성적인 부분) 등을 확인한 뒤 주식을 매수한다“고 말했다.
주식 하락을 대비한 리스크 관리도 꼼꼼하다. 실제 기업의 주가 등락 전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변수에 따라 주가가 상승 혹은 하락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채원 대표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우선 여러 채널을 통해서 분석한다. 이것이 시장에서 불거진 루머인지 일시적인 실적 악화인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규제나 법 개정과 같은 대외적 환경을 파악해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대표는 가치주의 시대는 다시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도 리먼사태 이래 10년 간 돌이켜보면 지수(인덱스)가 엄청나게 올랐다. 나스닥이 5배, 코스피도 3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또한 성장주도 그동안 저성장 저금리라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급격한 상승세를 탄 측면이 있다. 지수와 성장주가 정체될 경우 다시 가치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주도적으로 공략할 만한 종목은 저평가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가진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움직임을 보면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을 가진 종목 또는 업종은 많지 않다”며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도 개별 종목에 따라 PBR은 천차만별이다. 즉 PBR이 낮은 기업들을 분석하고 매수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채원 대표이사는 지난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에 입사해 2006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창립 당시부터 활동했던 인물이다. 성과에 따라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에 이 대표는 “1999년 닷컴버블로 인해 어려운 시기가 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김남구 부회장 등 회사는 나를 꾸준히 믿고 지원해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대표 약력>
▲중앙대 경영학과
▲동원증권 입사
▲동원투자신탁운용 자문운용실 실장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 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