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287%…석유공사, '최악 상황' 돌파가능할까

부채비율 2287%…석유공사, '최악 상황' 돌파가능할까

기사승인 2019-03-11 11:40:35

부채 17억여원에 허덕이는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한해에도 1조1595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몇년 사이 석유공사의 부채총계는 지난 2015년 19조95억원으로 최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부채 비율을 보면 무서우리만치 폭발적인 상승세다.  

지난 2013년 180%에 불과하던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2018년 상반기에 1000%에 육박했다. 그러던 수치가 급기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00%를 돌파했다. 

11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3675억원 늘어난 5434억원의 영업이익에다 부채 원금 6742억원 상환에도 불구, 자원외교 실패로 인한 막대한 영업외비용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무려 2287%로 급증하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자본감소와 부채비율 급증은 지난 2008~2012년 석유공사의 대형화 시기에 이뤄진 해외투자사업의 자산손상이 주요인으로, 과거 부실을 정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게 석유공사의 설명이다. 

자본 감소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이라크 쿠르드 SOC 투자금 중 회수불가능 금액(6352억원) 손실 처리다. 또 미국 이글포드사업(2011년 매입)을 신규 E&P사업 조건부로 자본인정으로 투자유치했지만, 2년간에 걸쳐 10여건의 신규사업을 추진했으나 모두 착수조차 못해 4305억원의 자본 감소를 불렀다. 

이와 함께 과거 대형화 시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4260억원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이같은 비상상황을 맞아 지난 7일 울산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력한 자구노력을 담은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상경영계획'에는 재무구조개선, 인력구조조정, 비용절감을 통해 부채비율을 올해에는 1200%대, 내년에는 500%대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이는 2016년부터 추진해 온 구조조정 계획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석유공사는 우선 기존의 비 핵심자산 뿐만 아니라 우량자산인 A사와 B자산에 대해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상당부분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이미 경영악화에 따라 지난 2017년 1월 본사 사옥마저 2200억원을 받고 코람코자산신탁에 넘겼다. 매각과 동시에 220억원을 주고 최장 1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연간 임차료가 85억2700만원에 달해 잘못된 선택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인력감축도 한층 더 강화한다. 상위직원 현원 10% 감축, 해외근무자 23% 감축, 장기근속자 명예퇴직 유도 등을 추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예산을 긴축편성하고, 예산집행 단계에서는 절감액을 전년 5%에서 30%로, 유보액을 15%에서 20%로 상향하는 등 엄격한 비용통제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 TF'팀을 설치했다. 

현재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솔선수범하는 뜻에서 올초에 임원 기사 공동운영에 이어 상반기 중 임원숙소를 매각한 뒤 규모를 축소해 임차할 계획이다. 양수영 사장은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임금 50% 반납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간부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기류도 높아지고 있다. 

3급(팀장급) 이상 간부급 직원 40여명은 지난 1월17일 기존 노조와 별도로 '민주노동조합'을 설립한 뒤 울산 중구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아 제2 노조로서, 공사의 구조조정에 일전불사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파열음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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