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격의료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1호로 국내업체인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측정기가 선정된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스마트진료’라며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측정기와 유사한 기능을 미국에서 이미 선보인 애플워치4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플워치4의 경우 미FDA에서 새로운 의료기기로 허가된 심전도측정앱과 기능을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워치4의 심전도측정기능의 경우 향후에는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당장 의료기기업계는 애플의 정책과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이하 식약처)가 앞서 내놓은 기준으로 인해 허가를 받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국내 심전도기기 생산업체는 애플워치4나 휴이노의 제품으로 인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크게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의료기기 허가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 삼성의 제품으로 같은 논란이 있었고, 식약처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웰니스 제품군을 새롭게 만들고 웨어러블 헬스케어 제품과 의료기기의 기준을 나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웰니스 제품으로 신청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유사한 답변을 했다. 그는 “웰니스 제품은 진단과는 별도로 모니터링 백데이터(관찰을 위한 단순자료)를 생성하는 것”이라며 “손목시계형 심전도측정기의 경우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고 있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품”이라고 분명히 했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휴이노의 제품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 실증특례 적용을 받아 사용이 가능해져도 애플워치4의 경우 혜택을 받기 힘든데다 이미 심전도측정용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이 미FDA의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한 만큼 웰니스 제품이나 기타 우회적인 방식으로도 국내 사용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심장전문의를 비롯해 일반 사용자 혹은 환자들은 웨어러블 헬스케어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식약처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의사들은 사용자가 직접 측정한 심전도값을 임상현장에서 의사가 판독하고 진단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대한부정맥학회 한 임원은 “의료기기인 심전도 측정기에서 자동판독한 결과의 정확도가 87%인데 반해 애플워치와 연동된 카디아밴드의 진단정확도는 66%다. 의사가 직접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몸에 심는 장비정도는 된다”며 기술발전에 따른 진단율도 높아지는 만큼 허가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임원은 “심방세동의 경우 조기발견이 중요하지만 병원 올 때만 확인할 경우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평소에 심전도를 측정한다면 보다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잘못된 수가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판독하고 진단을 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의 심전도측정에 대한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한 휴이노와 달리 애플코리아는 아직 관련 허가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애플코리아는 “국내에서는 심전도 측정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 외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약처 또한 “허가신청사항은 외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만을 반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