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자며 마련된 자리가 길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대책은커녕 실행방향을 담은 종합계획의 발표도 4월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안전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5일 오전 9번째 ‘안전진료TF’ 회의를 가졌다. 당초 의료계와 정부는 3월 중 종합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8차 회의에서 향후 의료기관의 지원방안과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실태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1차례 회의를 더 열었다.
하지만, 9차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은 “17개 시도 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2차례 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확정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계획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차 회의는 오는 22일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과장의 말대로라면 계획발표는 故임세원 교수가 사망하고 3개월여가 지난 4월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마련될 계획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위주로 만들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당장 실태조사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분포를 살펴보면 17개 시·도에 위치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3900여개 중 1000여 곳(25.6%)이 조사에 참여했다. 반면 한의원과 치과 등을 포함한 6만7000여 의원급 의료기관 중 조사에 참여한 곳은 10% 남짓이다.
구체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이 전체의 12%, 의원급 의료기관은 1.6%가 의료기관 내에서의 폭력사건을 경험했다. 이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가 설치된 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 3배가 많았고, 의원급은 타과 1.4%대비 6배가 많은 8.2%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정 과장은 “의원급의 의견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개진됐으면 했지만, 대신정(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계속 회의체에 참여하고 의원급 10%가 응답했으니 실태는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태를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 대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TF는 실태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 ▲의료인 폭행처벌 강화방안 ▲정신질환자 치료 및 지원 강화방안 ▲제반 행정적·정책적 기반 구축방안 ▲사회적 인식 개선방안 총 5가지 방향에서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의료계에서 의료기관 내 안전문제가 환자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대책마련과 함께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며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재정지원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설비나 시설, 인력에 대한 소요비용을 실비형태로 지원할지, 수가형태로 지원할지, 지원에 대한 관리기전은 어떤 형태가 될지 등에 대한 논의들이 이뤄져야해 의료기관의 안전 확보를 위한 재정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 과장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자본보존이 어렵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논의해야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수가지원을 위한 시설기준이 마련되면 폭행과 관계없이 의무화되는 점이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정지원에 따른 관리기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어느 정도 지켜지는지를 볼 수 있도록 인증이나 교육 등의 기준을 살펴보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