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이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이들을 자신과 전혀 다른 ‘종족’으로 치부한다. 정말 마음껏 먹고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그들은 뭐가 다를까?
◇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 특히 유전학의 진일보는 우리가 살찌는 원인도 밝혀내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인간이 가진 약 2만여개 유전자 중 1000여개가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전자가 지방의 저장을 담당하는 속칭 비만유전자 ‘FTO’다.
뇌의 시상하부 크로모좀 16q12.1에 위치한 FTO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gene)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꿔 축적하는데 관여하는 지방저장형 유전자다. 문제는 FTO 유전자의 변이다.
변이가 있는 경우 식욕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감소하거나 지방세포 에너지 소모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특히 AA, AT, TT 3가지 변이타입 중 AA가 체지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혈관이나 뇌 질환의 발생위험도도 2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일각에서는 FTO는 자체는 비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며 직접적인 이유는 IRX3 유전자라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FTO 유전자 내부의 비만관련 요소가 IRX3와 상호작용해 지방을 축적하는 등 비만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FTO 혹은 IRX3과 다른 기전의 유전적 비만요인도 있다. ‘식탐유발유전자’로 불리는 MC4R과 ‘스트레스 유전자’인 BDNF의 변이다. MC4R에 변이가 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배가 고프다고 인식하거나, 먹방을 볼 때 혹은 음식 냄새를 맡았을 때 음식에 대한 충동이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BCNF는 두뇌와 신경게 형성을 담당하며 포만감을 자극하는 단백질을 형성해 비만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전자로, 변이가 발생할 경우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을 음식으로 푸는 등의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결론은 ‘관리’… 날씬한 사람들의 ‘다른’ 식·생활습관은?
이처럼 살찌는 이유에 유전학적 원인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종 성인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비만’을 그대로 둬야할까. 연구자들의 결론은 ‘아니다’다. 이들 유전적 변이에 의한 영향은 분명 있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며 개인에게 적합한 운동이나 식이요법, 약물치료 등을 통해 충분히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2016년 영국에서 FTO 유전자와 체중조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0주에서 3년에 걸쳐 운동과 식단조절, 또는 약물치료를 통한 체중관리가 FTO유전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유전적 변이가 비만에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날씬한 사람들은 어떻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날씬한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날씬한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순서부터가 달랐다.
식사 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야채를 먼저 먹고 수분이 많은 음식과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음식을 섭취해 포만감을 높이고 칼로리는 낮춘다는 것이다. 여기에 포만감이 큰 달걀을 이용한 음식을 먼저 먹어 다른 음식의 섭취량을 줄이는 식사습관도 가지고 있었다.
간사이전력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고등어와 소고기 등 단백질 식품을 먼저 먹을 때 인체 내 ‘인크레틴(incretin)’이라는 소화 관련 호르몬의 분비가 크게 활발해지고, 위의 운동도 활발해진다고 발표했다. 쌀밥을 먹기 전 생선이나 육류를 섭취해 혈당을 낮추고 지방축적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음식의 순서와 함께 운동도 달랐다. 걷고 뛰고 달리는 등 활동을 통한 운동 대사량을 높여 지방의 연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위해 소비하는 기초대사의 양을 늘릴 수 있는 근육운동의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체질에 맞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365mc병원 박윤찬 대표병원장은 “적게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기대보다 체중감량이 더딘 경우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상태이거나, 식이조절을 너무 엄격히 한 것일 수 있다”며 “꼭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결핍으로 인해 에너지 대사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비만관리 전문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적절한 관리법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FTO유전자 변이의 경우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카르니틴, 제니칼 등의 약물을, MC4R 변이는 식욕억제제나 프로틴, 섬유질이 많은 음식, BDMF 변이는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활동이나 테아닌, 마그네슘, 비타민B6, 트립토판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