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잃고 흔들리는 의료기기 UDI 사업

목적 잃고 흔들리는 의료기기 UDI 사업

7월 시행 두고 정부, 강행 vs 업계, 유예… 환자안전은 어디에?

기사승인 2019-05-13 00:00:00

불과 몇 년 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500명이 넘는 C형 간염환자가 발생하고, 유효성 논란에 휩싸인 의료용 화학소독기 19개의 소재파악을 위해 6개월간 813개 의료기관을 전수조사 해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의료기기 표준코드(UDI)’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전주기적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해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국회를 설득했고, 의료기기법과 하위법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조·수입·판매·임대업자들은 오는 7월 4등급 의료기기부터 제품 용기나 외장에 바코드를 부착하고, 제품정보를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UDI시스템)에 등록해야한다. 

내년부터는 의료기관 등에게 제품을 공급할 땐 제조연월, 사용기한, 공급일자 등 공급내역도 보고해야한다. 급여대상 치료재료를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최종공급자들은 공급금액과 단가도 알려야한다. 만약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할 경우에는 과태료와 함께 해당 품목의 판매 업무를 최대 1개월간 할 수 없게 된다.

식약처는 “UDI시스템을 통해 제조부터 유통, 판매, 소비까지 전주기적이고 상시적인 안전관리체계가 확립될 것”이라며 “국민은 위해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기의 피해확산 우려로부터 안심할 수 있고, 기업은 의료기기 물류와 자산관리를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 MRI, CT 등 중고 의료기기의 현황과 질 관리도 가능해진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내세운 명분과 자신감은 어느 순간 흐려지고 규제만 남은 듯하다. 시행을 1달 보름여 앞둔 지금까지 UDI시스템은 여전히 개발 중이다. 바코드를 부착해야할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UDI를 통한 통합물류관리의 핵심인 의료기관이 빠지며 ‘환자안전’이라는 명분 또한 흔들린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A대표는 “1회용 소모품을 만드는 기업의 경우 생산단가가 100원이다. 1, 2원을 보고 만드는 셈”이라며 “바코드를 붙이기 위해 인력과 생산라인의 추가, 생산량 변화 등을 따져보면 개당 추가비용이 50원이나 든다. 도저히 제3세계 저가제품과 가격경쟁이 이뤄질 수 없게 된다. 한 마디로 장사 접으라는 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입·판매업체 B대표는 “환자 안전을 위한다면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치료재료의 재고와 현황부터 관리가 돼야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업체들)에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데 가격정보까지 공개하라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병원이 빠져 제 역할을 못하는 시스템이다. 강압적이고 행정편의적인 규제가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한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시스템은 6월 공개될 예정이며 업체들 또한 제품정보 등을 담은 표준코드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법 개정 후 수차례 간담회를 가지며 의견을 조율해왔다”면서 “일부 부담을 느끼는 곳도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이자 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해가 절실하다”는 뜻을 전했다.

관리체계에서 의료기관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은 처의 권한 밖이라 UDI 체계로의 편입은 어렵지만 UDI와는 별도로 치료재료 공급내역보고가 이뤄지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선 대상이 적고 인체 위해도가 높은 4등급부터 현장수용성과 환자안전이라는 목적을 고려해 차근히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