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다시 이란과 미국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결국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시리아 내전이 결국 도로 아사드 정권으로 막을 내린 현재, 중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된 나라가 이란이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 남부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을 아우르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세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인구가 8000만 명에 달하며 중동에서 교육 수준도 높다.비록 국가 최고 지도자는 이슬람 종교지도자이나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 독특한 이슬람 신정 겸 공화정을 채택한 이란이 역내 세력까지 부풀리면 막강 국력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장 불안한 나라들이 사우디 왕정과 이스라엘이다. 사우디는 세습 왕정 통치의 문제점을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자국의 영토 내에 둔 나라답게 가장 보수적인 수니파 와하비즘을 건국이념으로 삼아 엄격한 종교 규율로 나라를 다스렸다.
이런 사우디에게,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을 몰아내고 명실공히 신정 통치를 하면서도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는 이란의 정치 체계는 늘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이란은 공공연하게 이슬람 혁명 수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란은 또한 시아파의 종주국이 아니던가? 최근에는 아라비아 반도 사우디에 인접한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이 아랍의 공적(公敵)인 이스라엘보다 더 눈엣가시다. 도로 아사드 정권이 된 시리아 내전을 보고 사우디 살만 국왕이 노구를 이끌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지했던 러시아를 친히 방문하여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도모하기도 하였다. 그러니 사우디에게 러시아까지 업은 이란은 재앙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거침이 없다. 현재 이스라엘 총리 벤자민 네타냐후는 강경 우파이다. 내정 문제로 정치적 문제가 생길 법도 하였지만 팔레스타인들을 강경 진압하면서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에서 MIT와 하버드에서 공부했고 1980년대 후반에서야 이스라엘 정계에 들어 왔다. 요르단, 이집트가 친미(親美)국가로 돌아서고 시리아가 내전으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난 지금, 인근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정도일 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를 인정하고 공존하게 하려는 서방의 계획은 오바마 임기가 끝난 후 사실 상 폐기 처분 되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들을 인종 청소하고 있다.
미국 전임 대통령 오바마에게 견제를 받았던 네타냐후 총리는 사위가 유대인인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이다. 중동에서 이제 이스라엘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이란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괜히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면서 자기네 돈 써가며 국제분쟁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미국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면 그만이란 식이다. 외교적으로 신(新) 고립주의라 부를 만하다. 세일가스의 개발로 미국은 이제 에너지 수출국이 되었다. 중동은 미국에게 세계의 유전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크게 상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 중의 하나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완전히 반대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이스라엘과 친밀하게 지낸다. 미국 내 유대인 금융 세력 그리고 미국 보수 기독교 정서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거에서 득이 되는 행동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모두 동의한 이란과의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공동의 적이 이란이다. 이란은 억울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란의 내부 사정이 만만하지 않다. 그동안 경제 제재로 산업기반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이 너무 낙후되었다. 버티는 기간이 너무 길다 보니 지도층은 너무 강경하며 완고하다. 이란 이라크 전쟁 이후 권력에 익숙해진 혁명 수비대를 비롯한 일부 특권층은 부패했다. 최근 생활고에 찌든 일부 시민들이 폐쇄적인 통치에 항거하여 데모를 하기도 했다.
이란도 내부적으로 참 어렵다. 미국에서 석유 수출을 막고 경제 봉쇄를 해버리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이란을 제압할 수 있을까? 미국이 공군력으로 이란을 타격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지상 병력의 진군은 어렵다. 이란은 중동의 대국이며 국가 자존심이 세고 강력한 군대인 혁명수비대를 갖고 있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이란의 현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쇄적으로 국제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러시아의 개입을 불러온다. 이란은 결코 호락호락한 국가 아니다. 지루한 정치 군사적 공방과 그 과정에서 죽어나는 건 이란의 보통 사람들이고 가끔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내세운 국지적인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은 참 복잡하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가 감사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동에서 아들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도 못한 일을 선거 전에 해야 할 명분을 찾는 듯하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정리=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