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고·앞당기고… 지상파 드라마 편성에 변화의 바람 분다

빼고·앞당기고… 지상파 드라마 편성에 변화의 바람 분다

빼고·앞당기고… 지상파 드라마 편성에 변화의 바람 분다

기사승인 2019-05-27 07:24:56

‘오후 10시=드라마’라는 지상파 편성 공식이 깨지고 있다. 최근 MBC와 SBS는 각각 주중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앞당기거나, 일시적으로 편성표에서 빼는 방안을 내놨다. 방송사가 이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지상파 드라마의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 지상파 드라마가 받아든 시청률 성적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 흥행 드라마를 연달아 내놓으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OTT 서비스가 확산되며 콘텐츠 유통 창구가 다각화된 점도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엔 악재로 작용했다. 시청자는 이제 지상파 3사만 고집하지 않는다. TV가 아닌 휴대용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tvN이나 JTBC 혹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변화의 칼을 빼 든 것은 1980년대 ‘밤 10시 미니시리즈’ 공식을 만든 MBC다. MBC는 지난 8일 “평일 밤 드라마 편성 시각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1시간 앞당겨 밤 9시 드라마 시대를 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첫 방송한 수목극 ‘봄밤’이 오후 9시에 방영됐고, 다음달 방영 예정인 월화극 ‘검법남녀2’ 역시 오후 9시에 편성된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특별기획 ‘이몽’이 토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되는 것을 고려하면, MBC 밤 시간대 드라마는 모두 오후 9시에 고정된다. MBC는 드라마 외에도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와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방영 시간대를 전진 배치했다.

MBC는 이러한 편성 시도를 “노동 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이라고 자평했다. 더불어 “과도한 경쟁 속에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여러 작품이 같은 시간대에 혈투를 벌여, 이 중 일부만 제작비를 회수하는 환경을 개선해보겠다는 것이다. MBC는 이번 편성 변경이 방송사와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인 예능 방영 시간대인 금·토요일 오후 11시에 드라마 ‘열혈사제’를 편성해 재미를 본 SBS도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 SBS는 올해 여름 시즌에 월화극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그 시간대에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월화극 ‘초면에 사랑합니다’ 종영 이후에 시작된다. SBS 관계자는 “선진 방송시장인 미국에서도 여름 시즌엔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편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로운 편성을 시도해 시청자의 다양한 요구를 탐색하고, 여름 시즌 이후 다시 경쟁력 있는 월화극으로 시청자를 찾아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면에선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방영 시간대 등 외부 전략을 신경 쓰는 것만큼,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채널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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