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모피아’ 저항이 전주혁신도시의 완성을 가로막는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의 말이다.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김 의원을 만나 지역 공공의료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최근의 보건의료계 현안을 물었다. 김 의원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문재인케어’가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 필요성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의 전북 전주 이전이 확정됐다.
“국가균형발전 본 취지가 맞게 본사뿐만 아니라 지원부서도 전부 이전이 돼야 기능이 제대로 구현된다.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한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 연금공단의 장애심사센터는 장애심사실을 확대·보강해 서울에 두는 것으로 계획이 잡힌 것 같다. 옮겨야 한다. 의료 인프라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 초반 야심차게 지방분권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의 완전한 이전이 이뤄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 원주 등과 달리 전주 혁신도시의 경우, 인력 이탈 등 이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특성 때문이다. 일단 금융인력 자체가 지역을 선호하지 않는다. 금융인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금융모피아’의 저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도 연금공단 활용을 위한 기반 구축 역할을 못한 측면이 있다.”
- 김 의원이 발의한 ‘연기금 전문인력 양성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대다수의 금융인력은 보험과 증권을 중심으로 기반을 이루고 있다. 반면, 연기금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현재 연금은 660조 규모다. 오는 2022년 1000조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공단 자체 추산 결과 2022년 400여명의 연기금 인력이 추가로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인력 1인당 운용액은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많다. 국민연금의 수익성 향상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국가차원의 방안이 절실하다.”
- 결국 연기금 전문인력 양성은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전북이 중심이 돼야 한다?
“반드시 전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금공단이 있는 만큼 현장과 연계해 학습하기에는 전북이 최적지라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금공단이 위치한 전북을 제3 금융중심지로 조성하겠다고 공헌했었다. 금융중심지 지정에 관한 법률에 전문 인력 양성 기관 설립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문 학제가 아닌, 연금공단 자체 운용하는 전문인력 양성 기관으로 후퇴한 측면이 있다. 향후 학제로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
- 최근 금융위원회가 전북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보류에 대해 “총선 앞둔 부산 눈치 보기”라고 비판했는데.
“지난해 12월 ‘금융중심지 추진전략 및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타당성 검토’ 용역이 실시됐다. 서울 여의도와 부산의 10년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는 한편, 전주 혁신도시를 추가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키 위한 용역이었다. 그런데 금융위는 발표를 연기했다. 그래서 1월 강하게 항의했다. 금융위는 용역 내용을 수정 보완코자 더 기한을 둔다고 해명했다. 2월초 결과가 나왔는데 비공개로 결정이 났다. 당초 비공개를 전제로 검토가 진행돼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정부질문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문제제기를 하자, ’상반기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4월 초순 금융위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깜짝 발표였다.”
- 전주 혁신도시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 정치권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부산·경남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들이 제3중심지를 안된다며 강하게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상공회의소와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국제금융도시 평가지수에 서울과 부산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금융중심지 조성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었다. 사실 부산은 금융기관의 지점이나 출장소를 열 만한 조건이 안 되지 않나. 반면 전주혁신도시는 자산운용형 금융중심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사례가 많다. 막대한 연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현재도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충분히 성공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하면 된다.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집권여당 의원도 반대하는 것은 항명 아닌가.”
◇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장, ‘문케어’가 자초
-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처음부터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기제를 안고 있었다. 보장성 확대로 인해 수도권 쏠림이 예측됐음에도 제도적 보완이 전혀 없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음에도 환자들은 서울의 ‘빅5’ 상급종합병원으로 간다. 병원들도 아우성이다. 이렇게 서울로 환자가 몰리면, 수도권 거주민들이 불이익을 받는다. 의료쏠림 현상을 어떻게 막을지 제도적 장치 마련을 사전에 했어야 했다.”
- 지역 공공의료는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심뇌혈관센터와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은 반드시 국가예산정책에 포함돼야 한다. 심뇌혈관센터의 지원은 계속 줄어 현재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심뇌혈관센터는 지역에서 의료 허브 역할을 맡는다. 마찬가지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도 국가 지원이 많지 않다. 응급 환자를 최대한 빨리 돌볼 수 있는 효율적인 환자 이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도서산간 등 의료 취약 지역은 질병 유형이 정해져 있다. 가령, 분만취약지 등에서 유아 사망률이 높은 것 등을 고려해 타깃으로 정해 공공의료가 이를 맡아야 한다. 국가에서 챙겨야 한다.”
-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제2, 제3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옳지 않다. 신약 개발 과정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키고 업계에서 효율적으로 개발을 하도록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꼭 필요한 규제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환자 빅데이터 문제도 의료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때문에 정말 필요한 규제, 느슨한 규제를 구분 짓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