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세영 “내려놓으니, 즐길 수 있었어요”

[쿠키인터뷰] 박세영 “내려놓으니, 즐길 수 있었어요”

[쿠키인터뷰] 박세영 “내려놓으니, 즐길 수 있었어요”

기사승인 2019-06-12 07:00:00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이다. 최근 종영한 MBC 월화극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서 원칙주의자인 형사 주미란 역을 맡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배우 박세영의 이야기다. 앞서 도회적인 느낌의 캐릭터나 강렬한 악역을 주로 맡아온 박세영은 이번 작품에서 거침없는 액션과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선릉로 모처에서 만난 박세영은 ‘조장풍’ 종영에 관해 “굉장히 아쉽지만, 아쉽지만은 않다”는 소감을 내놨다. 오랜만에 작업한 드라마 ‘조장풍’이 유쾌하고 즐거운 기억을 남긴 덕분에 끝나는 것이 아쉽다는 설명이다. 박세영은 “작품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자체는 아쉽지 않다”며 웃음을 보였다.

‘조장풍’은 박세영이 MBC ‘돈꽃’을 마무리한 후 딱 1년 만에 만난 작품이다. 박세영은 ‘돈꽃’ 이후 이어진 1년간 공백기를 “선택된 휴식”이라고 정의했다. 목적을 가지고 미리 계획한 시간이라는 의미다. 1년 전 그에게는 데뷔 이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에 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드라마 ‘돈꽃’ 이전부터 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작정 힘들어서 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연기가 즐겁고 앞으로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작품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진중하게 풀어낼 여유가 없으니까요. 고민만 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던 거죠. 일을 잠시 쉰다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선택이었지만, 여러 생각을 하며 귀중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더라도, 일단 생각하길 선택했다는 박세영은 쉬면서 자신의 변화를 인지했다고 털어놨다. 지난날 자연스럽게 변한 자신의 생각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박세영이 내린 결론은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3년 전부터 계획했던 독립도 이 시기에 실행했다.

“지난해 말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했어요. 언니가 둘 있는 막내인데, 이제는 잘하건 못하건 독립적으로 살아보자는 결심이었죠. 독립하고 가장 좋은 건 혼자 있다는 기분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은 개인적인 공간을 갖기 힘들어요. 그런데 이젠 집이 개인적인 공간이 됐죠.”

공백 끝에 ‘조장풍’을 선택한 이유도 쉬면서 했던 고민과 연결된다. 박세영은 “현실의 ‘갑’과 비교했을 때 약자인 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이 좋았다”며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과 사회에 맞춰가면서 산다. 여기에서 비롯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드라마가 주는 ‘나도 혼자가 아니고, 너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미란이라는 캐릭터에 이끌리기도 했다. 현실적인 원칙주의자이면서도 모순적으로 이상을 꿈꾼다는 점이 자신과 닮았는데, 여기에 이상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만 처음 맡아보는 결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여태까지 했던 역할과 너무 달랐어요. 부담이 컸죠. 일단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는 것에 만족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연기를 처음 하는 것 같았어요. 초반엔 혼자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연기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내려놓으니, 천천히 즐길 수 있었어요. 덕분에 조금씩 연기가 좋아졌던 것 같아요

박세영은 가능하면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조장풍’에서 맛본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경험과 과정, 그리고 시간만이 무엇인가를 완성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햇수로 연기를 8년 정도 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났어요.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 모두가 저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고민했던 작품일지라도, 그 경험을 통해 얻었던 것이 있더라고요. 주말드라마를 할 때 선배님들께서 연기자의 삶에 관해 ‘이렇게 또 버텨 내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 있어요. 저도 연연하지 않고 묵묵하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더 나아지겠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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