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말하는 냄새는 곰팡이 냄새일 겁니다” 인천 구월동에 사는 A씨(28세)는 영화 ‘기생충’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배경인 반지하 때문이다. 반지하는 그와 가족이 10년 넘게 지냈던 공간이다. 그는 “올해 반지하에서 탈출했다”며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습한 날 벽면에 가득했던 곰팡이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흥행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반지하에 대한 관심도 국내외적으로 커지고 있다.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반지하는 지하인데 지상인 곳, 한국 특유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36만3896가구(1.9%)는 반지하, 5만3832가구(0.3%)는 옥탑방에 산다. 전국에서 반지하·옥탑방에 거주하는 41만7728가구 중 93.4%인 38만9981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화 속 기택(송강호)네처럼 저소득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상소득을 10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하위 40%(1~4분위)가 전체 반지하 거주 가구의 70%를 구성했다.
또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에서처럼 침수피해의 집중 대상지였다. 서울시가 2010~2013년 침수피해를 조사한 결과 2만121동 중 지하 주택 피해는 1만2034동으로 전체 59.8%를 차지했다. A씨(28세)는 “영화에서처럼 심각한 침수피해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습한 날엔 늘 벽면이 곰팡이로 가득했고 악취가 상당했다”며 “아버지는 영화 속 역류하는 화장실 장면을 보시곤 충분히 일어날 법한 장면이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반지하 경험자 B씨(30세)는 “상경했을 때 처음 살았던 곳이 신림동 반지하였다”며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늘 어두운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반지하는 범죄에도 쉽게 노출돼 있었다. 특히 저소득층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문제가 심각했다. 주거권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 242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청년주거안전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거환경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항목에 지옥고(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자의 37.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같은 저소득층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사항으로 기존에 진행되었던 주거취약계층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현재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촌 등 주택 이외 거처만을 대상으로 주거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집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지옥고 등의 공간에 대한 종합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6월 중 반지하 등이 포함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 김석기 과장은 “주거지원 대상이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이르면 6월 중으로 개편된 주거사다리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