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식사에 휴가도 못쓰는 병원 노동자는 괴롭다

10분 식사에 휴가도 못쓰는 병원 노동자는 괴롭다

無수당 야근 밥 먹듯

기사승인 2019-06-19 00:01:00

‘10분 식사’, ‘보상 없는 야근’…. 열악한 근무조건과 ‘살인적인’ 근무강도로 병원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조합원 3만6447명 중 68%가 이직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1개월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보건의료 분야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조사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8314명(23%)으로, 4명 중 1명은 적극적인 이직을 고려중이었다. ‘가끔씩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만6281(45%)이었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 강도’가 2만72명(80.2%)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전년도 실태조사 결과인 1만6899명(79.6%)보다도 높은 수치. 그 다음은 ▲낮은 임금 51.6% ▲다른 직종 및 직업 변경 26.6% ▲직장문화·인관관계가 25.9% 순이었다. 

특히 ‘직장생활 만족도’에서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비율이 81.2%라는 점이다. 임금과 승진 등 보상적 동기부여 요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높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업무만족도는 높았다. ‘업무에 대한 자긍심’은 긍정비율이 75.7%를 보였다. ▲업무자율성 긍정비율 65.9% ▲능력의 발휘 62.7% ▲업무장래성 58% 순이었다. 

정리하면,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 강도’, ‘낮은 임금수준’이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원인이란 말이다. 

노동 강도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는 바로 ‘식사 시간’이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업무 수행으로 굶는 경우는 지난해의 46.7%에 이어 올해는 47.5%를 기록했다. 응답자는 평균 주 1회 이상 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3회 이상 식사를 건너뛰는 경우도 21.8%였다.  

일이 많아서 식사 시간 확보가 어려운 직종은 간호사가 많았다. 응답자 중 간호사의 경우는 주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63.2%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3회 이상 굶는 비율도  31.3%로 응답 평균을 상회했다. 관련해 간호조무사는 32.3%의 응답자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시간도 턱없이 짧았다. 평균 식사시간은 ▲5분 미만이 3.8% ▲5~10분 미만 29.8%가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연차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력 부족으로 연차는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48.2%는 연차사용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반면, 야근 등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응답자의 48.7%가 일평균 30~90분의 추가 노동을 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진 않고 있었다. 응답자의 78.6%가 이러한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안전사고 위험↑ 의료 질↓

의료기관의 인력 문제가 보고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5.9%는 상시적인 인력부족을 체감하고 있었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가 88.6%로 가장 높은 인력 부족 문제를 느끼고 있었고, 그 다음은 ▲방사선사 80.9% ▲임상병리사 80.8% 순이었다.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남아있는 사람들은 앞서 밝힌 것처럼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격무로 인해 건강 악화를 호소한 응답자는 77.2%, 사고위험 노출은 72.1%, 직원 간 갈등도 53.9%의 비율을 보였다.  

인력부족은 격무로, 이는 높은 이직률, 다시 의료질 저하로 이어진다. 응답자의 81.0%는 ‘의료·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서비스 질 저하’는 80.1%가 공감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한 결과는 이러한 악순환이 미치는 치명적 결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36개 병원 소속 간호사 1만6296명 중 이직을 선택한 이들은 총 2535명(15.55%)이었다. 1~3년차 간호사 중 퇴사를 선택한 비율도 66.54%에 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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