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 감정노동에 ‘녹다운’ 일보직전

병원 노동자, 감정노동에 ‘녹다운’ 일보직전

보건의료 노동자 감정노동 수행정도 ‘89.5%’… ‘감정노동자 보호법’ 병원서 유명무실

기사승인 2019-06-21 00:01:00

‘70.6%’.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다”는 병원 종사자들의 비율이다. 보건의료노조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3만6447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종사자들의 감정노동은 타 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89.5%였다. 10명중 9명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일하고 있다는 말이다.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응답자가 80.2%였다. 특히 ‘부당하거나 막무가내의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69.1%였다. 

업무 만족도에 있어 긍정적인 답변은 절반 수준(53.6%)에 그쳤다. ‘심신이 모두 지쳐있다는 응답’이 70.6%였고, ‘집중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47.5%, ‘돈을 벌려고 일한다’는 응답도 75.5%였다. 즉, 병원 노동자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잃고 ‘녹다운’ 일보직전인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간호사가 감정노동을 더 심하게 겪고 있었다. 환자 및 보호자 대면 업무가 많은 간호조무사, 사무행정원무직 등도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높았다.   

그러나 대책을 마련해둔 병원은 많지 않았다. 병원에서 감정노동 해결을 위한 공식 규정 및 절차가 있다는 응답은 31.4%였고, 감정노동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도 30.4%에 불과했다. 10명 중 2명은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감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병원 내 만연한 폭언, 폭행, 갑질, 괴롭힘 등은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다음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에서 이러한 법이 과연 얼마나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보건당국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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