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이전 마지막 단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만큼 서초그랑자이의 모델하우스 분위기는 썰렁했다. 흐린 날씨를 의식해 지하주차장 쪽으로 낸 대기 줄은 모델하우스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주차 공간의 부재는 청약자들의 발길을 더욱 뜸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전 10시 서초그랑자이 모델하우스는 본격적으로 고객 모시기에 들어갔다. 일반분양 물량이 174가구 밖에 되지 않아 방문객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실제 계약을 염두해 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서초그랑자이 ‘너 누구니’=서울 서초구 서초2동의 무지개아파트 재건축한 서초그랑자이는 지하 4층 지상 최고 35층 9개 동 총 1446가구로 건립되며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174가구다.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가구수는 ▲59㎡B 75가구 ▲59㎡C 13가구 ▲74㎡A 19가구 ▲74㎡B 63가구 ▲84㎡B 1가구 ▲100㎡A 1가구 ▲100㎡B 1가구 ▲119㎡ 1가구 등이다.
평균분양가는 3.3㎡당 4891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초그랑자이는 HUG의 분양가 심사 강화가 이뤄지기 직전에 승인을 받았다. 전용면적별 가격을 살펴보면 ▲59㎡ 11억1900만~13억1800만원 ▲74㎡ 13억2500만~15억6100만원 ▲84㎡ 14억5200만원 ▲100㎡ 16억3000만~16억3100만원 ▲119㎡ 18억9200만원이다. 계약금은 20%, 중도금 60%, 잔금 20% 등이며 모두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하다.
서초그랑자이의 강점은 디자인이다. 서울시 ‘우수 디자인 인증’을 받아 발코니 면적이 다른 아파트보다 넓다. 우수 디자인 인증은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 기준에 따라 공공가치를 증대하고 디자인이 우수한 공동주택을 말하며, 인증을 받으면 발코니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분양소장은 “서울시에서 우수디자인을 인정받으면 발코니 면적이 완화된다. 타 아파트에 비해 더 넓게 설계가 가능하다”며 “발코니 면적은 통상 30% 줄이도록 되어 있는데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100% 발코니 확장이 가능하다”고 자부했다.
◇강남 마지막 로또 아파트?=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4일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100~105%를 넘지 못하도록 개정된 분양가 심사기준을 분양보증서에 적용했다. 이 단지는 직전 규제인 110% 기준에 맞춰 분양가가 책정됐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인근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은 15억6000만~16억6000만원이며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 전용면적 84㎡은 18억7500~20억5000만원이다. 서초그랑자이는 이보다 3억~5억원 낮아 ‘강남 로또’로 꼽힌다.
특히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시작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로또 청약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A씨는 “서초그랑자이 가격은 아무리 로또라고 해도 강남 아파트인 만큼 당연히 비싸다”면서도 “주변 시세를 비교한다면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다. 막말로 일반 수요자든 투기든 메리트가 있는 단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수요자 B씨는 “강남 선분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가 들려와서 한 번 방문해봤다”며 “일반가구 물량이 원체 적게 나와서 넣어도 잘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또청약이지만 대출규제가...”=이날 모델하우스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서초그랑자이의 아쉬운 점으로 대출규제와 지하철역과의 거리를 주로 꼽았다. 흥행이 보증된 로또 아파트라고 하지만 웬만큼의 부자가 아닌 이상 선뜻 청약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전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상담을 막 끝낸 수요자 C씨는 “강남땅에 비해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건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 상 재건축 등 규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단지의 희소성은 크다고 보여진다”면서도 “아무래도 중도금 대출도 불가하고
실제로 서초그랑자이가 들어서는 부지에서 양재역 3호선까지는 성인 남성 기준 약 20분이 걸렸고 강남역 2호선까지는 15분가량이 소요됐다. 또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수요자들은 한강공원까지의 거리를 중요하게 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59나 74를 알아보고 있는데 한강공원과 거리가 꽤 돼서 고민 중이다”라며 “자전거를 타고 나가도 거리가 멀어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초그랑자이가 들어서는 부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시세 대비 분양가는 저렴한 게 맞다. 이전부터 사람들의 방문이 많았다”면서도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지하철역과의 거리다. 서초그랑자이 바로 옆에 입지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의 경우 완벽한 역세권이지만 그랑자이 가장 안쪽 단지는 역까지 거리가 좀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