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사람 어설피 닮으면 불쾌감 자극

로봇, 사람 어설피 닮으면 불쾌감 자극

기사승인 2019-07-02 13:38:50

로봇의 외형은 어떠해야할까. 이는 공상과학(SF) 영화나 만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제다. 감독들은 지나치게 사람과 유사한 로봇의 외형을 통해 사람들이 로봇에게 영혼(Ghost, 고스트) 혹은 인격을 기대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때론 사람을 닮았지만 뭔가 이질적인 모습을 그리며 사람들이 느끼는 괴리감과 기이함을 자극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일련의 심리적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는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주창한 개념으로,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닮아갈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어느 순간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지만 외형이 인간과 흡사해지면 다시금 호감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하는 인지적 편향성에 관한 가설이다.

2011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세이진 교수 연구팀은 모리의 ‘불쾌한 골짜기’ 가설을 뇌의 움직임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람 ▲실제 사람과 아주 흡사한 인간형 로봇 ▲내부가 드러난 로봇이 손을 흔드는 영상을 20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뇌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인간형 로봇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영상을 볼 때 시각 중추와 감정 중추를 연결하는 연결부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진은 인간형 로봇은 사람과 외형은 흡사하지만, 행동은 사람과 달리 기계적으로 움직여 인간형 로봇의 외형과 행동을 연결하지 못해 뇌가 혼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연구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1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지(Journal of Neuroscience)’에는 독일 아헨공대 휴먼테크놀로지센터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과 연구자들이 뇌의 전두엽에 위치한 시각피질의 활성화 정도를 통해 불쾌한 골짜기를 규명하는 공동연구가 실렸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21명에게 ▲실제 사람 ▲마네킹 ▲안드로이드(사람과 구분이 어려운 인조인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용 기계로봇을 보여주고 사람과의 유사성과 느낌을 물었다. 동시에 fMRI로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에게서 전형적인 불쾌한 골짜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산업용 기계로봇에서 마네킹, 휴머노이드를 볼 때처럼 사람과 점점 닮을수록 친근감을 느꼈지만, 안드로이드처럼 사람과 흡사한 모습을 봤을 때는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응을 보일 때 외부의 자극을 판단하는 뇌의 내측 전전두피질 특정 2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 곳은 사람의 얼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영역으로, 바라본 사물이 사람과 닮을수록 강하게 활성됐다. 또 다른 한 곳은 뇌가 호감도를 느끼는 영역으로 산업용 기계로봇과 마네킹, 휴머노이드를 볼 때 활성화 정도가 강해졌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오히려 활성화되지 못하고 억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들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를 관찰한 결과, 사람에 따라 불쾌한 골짜기 현상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는 영역과, 사람들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회적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동과 외형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