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2주년 성과발표의 후폭풍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의료계가 세운 가시가 점점 단단하고 뾰족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대응은커녕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어 사태가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6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데 이어 28일, 적정수가 보장 없는 건강보험종합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지난 2일에는 문재인 케어를 ‘의료 포퓰리즘 정책’으로 명명하고 건강보험종합계획과 함께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뜻을 전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단식 7일째인 8일 현재 13개 의사단체가 동참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가장 먼저 최대집 회장의 뜻에 지지의사를 밝히며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정부는 애초부터 수가정상화 의지는 없으면서 문 케어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료계를 기만했다”며 “의료공급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에만 따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대화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 닥칠 재정적 어려움에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서면 정부는 ‘의료계가 대화를 거부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한다)’고 운운하며 의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려고 할 것”이라며 “대화를 거부한 것은 정부다. 왜 의사들이 진료라는 본업을 제쳐두고 극단적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직시해야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건강은 그 기본이다. 그러므로 의료제도는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의료가 포퓰리즘에 오염되면 최선의 진료는 외면될 수 있다”면서 “환자는 환자대로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포퓰리즘 정책의 희생 제물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케어와 맞물린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 필수의료의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대형병원 주변에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새로운 주거문화가 생기는 반면, 지방의 거점 병원들은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1년 이상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설득했지만 정부는 결국 삭발과 무기한 단식 투쟁의 길로 내몰았다”고 투쟁의 당위성도 주장했다.
이 외에도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통증학회, 대한도수의학회를 비롯해 16개 시도지부의사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유관단체들과 의과대학 동창회들도 지지의사를 전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박인숙·김광수 국회의원,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 등도 의사협회장을 지지방문 했다.
이들 가운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총동문회는 “지난 2년간 보여줬던 (정부의) 의료정책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념에 찌든 낡은 철학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은 아니었는지, 표에 굶주린 정치인의 썩은 공약실천은 아니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면서 문재인 케어를 피를 포함한 희생을 담보로 한 쿠테타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