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메가폰’ 해외 온라인 게시판 ‘에잇챈’ 폐쇄

‘총격범 메가폰’ 해외 온라인 게시판 ‘에잇챈’ 폐쇄

기사승인 2019-08-06 10:07:56

총격사건의 범인들이 범행 전 성명서를 올린 온라인 게시판 ‘에잇챈’(8chan)이 지난 5일(현지시간) 서비스를 중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CNN·CBS 방송은 이날 오전 에잇챈의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인 매튜 프린스 클라우드페어 최고경영자가 “에잇챈 서비스를 더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클라우드페어는 “에잇챈은 스스로 불법적임을 인정했고 여러 건의 비극적 참사를 야기했다”면서 “그 게시판은 증오의 소굴”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에잇챈은 온라인 및 모바일 접속이 원천 차단됐다. 그동안 에잇챈은 구글 검색을 통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픈 웹상으로는 접속이 가능한 상태였다.

숫자 8의 형태가 ‘무한대 기호(∞)’와 비슷해 ‘인피니티(Infinity·무한) 챈’으로도 불리는 이 게시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이 지난 2013년 개설했다. 지난 2015년 사이트 운영권이 온라인 사업자 짐 왓킨스에게 넘어갔다. 에잇챈은 초기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수단으로 악용됐다.

개설자인 브레넌은 전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대량 살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에잇챈과 관련된 게 아닌지 확인해보고 있다. 사이트를 이제 닫아야 한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미 텍사스주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22명을 숨지게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범행 직전 에잇챈에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담긴 온라인 성명서를 올렸다고 CNN은 전했다. ‘불편한 진실’(The Inconvenient Truth)이라는 제목이 붙은 해당 성명서에는 ‘히스패닉 이민자들로 들끓는 미국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담겼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어 CNN은 크루시어스가 성명서에서 민주당이 ‘열린 국경 정책’을 펴고 불법 이민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바람에 히스패닉의 침공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공화당식 주장을 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 소재 유대교회당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존 어니스트(19)도 범행 1시간 전 유대인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온라인 선언문을 에잇챈에 올렸다. 또 지난 3월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 난입해 반자동 소총으로 50명을 살해하고 49명을 다치게 한 호주 출신 남성 브렌턴 태런트(28)도 범행 직전 에잇챈과 트위터에 73쪽 분량의 온라인 선언문을 올렸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에잇챈이 “총격범들의 메가폰(Megaphone·확성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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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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