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상위 20개 건설사의 캐시카우는 여전히 주택(건축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건설업계의 ‘위기론’이 단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가장 큰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의 88.7%가 주택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어 ▲롯데건설 80.3% ▲포스코건설 67.8% ▲대우건설 62.1% ▲대림산업 57.2% ▲GS건설 47.6% ▲현대건설 46.6% ▲현대엔지니어링 41.5% ▲삼성물산 38.9% 순이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낮게 보이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70%가 넘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건설 부문이 삼성물산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해외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주택사업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0위 타이틀을 걸게 된 호반건설도 사업의 90%가 주택부문에 치중됐다. 반면 호반건설에 밀리며 10위권 밖으로 이탈한 SK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은 28.4%에 불과했다.
이밖에 20위권 내에는 주택전문 건설사가 즐비했다. 반도건설, 부영주택, 중흥토건 등은 호반건설과 마찬가지로 사업별 구분이 이뤄져 있지 않을 정도로 주택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곳들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주택사업으로 수익을 계속해서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해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 발표 예정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지역 분양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 개발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전반적인 주택 품질의 저하도 우려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위기론’은 단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레드오션이 된 주택사업 시장과 소진되어 가는 한정된 개발택지가 오히려 건설업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불황이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건설사들이 한정된 일감을 서로 확보하려 하다 보니, 정부의 시장 규제책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건설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정부의 시장 규제책보다도 대도시 인근의 택지개발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IMF 이후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건설사들은 자기보유 토지가 많았다. 이 땅을 이용해 시공하고 수익을 냈었는데 현재는 자기 보유 토지도 소진됐고, 대도시 인근 택지개발도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산업 과잉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감 확보에 내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삼부토건 등 토목 중심의 건설사들 수익이 괜찮았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주택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규 건설사가 생겨났고 이들이 호황을 누렸다”며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안정됐다. 주택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실패하면 아무리 규모가 큰 건설사라고 할지라도 통폐합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건설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