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해묵은 건국절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광복절, 제자리 찾자’라는 토론회를 연 데에 이어 황교안 대표는 ‘건국의 아버지’를 기린다며 국회 로텐더홀에 위치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친일을 옹호하는 역사 왜곡의 현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정치권이 국민을 갈라놓는 식의 문제제기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며 중재적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건국절 논란과 관련한 공식적 입장을 당론화하지 않는 한 논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봤다.
황 대표는 14일 대국민담화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건국절 논쟁과 관련해 “나라의 건국에는 세 가지 요건(영토‧국민‧주권)이 필요하다”며 “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심재철 의원도 이종명 의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광복은 해방이라는 의미에 더해 국가가 성립되고 국권을 제대로 행사하게 되는 개념인데 우리는 해방과 광복의 두 가지 의미를 중첩해 8‧15라고만 돼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1948년의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8‧15의 이름은 광복절이지만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5.18 망언의 주인공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또 다시 대한민국 역사를 국민을 욕보이고 나섰다”며 “토론에 나선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차마 열거 할 가치조차 없는 막말과 억지주장들을 쏟아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건국절 주장은 친일파를 건국공로자로 둔갑시켜 항일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 등 그 책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도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헌법을 부정하고, 독재와 친일을 옹호하는 이종명 의원 같은 이들이 국회에 머무는 것이 진짜 위기”라며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과제는 광복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잔재세력들을 정치권에서 온전히 박멸시켜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따로 공식적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중재적 입장을 내놨다.
이 대변인은 “건국절은 논쟁적인 사안이다. 대통령이 한쪽으로 무리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국민을 갈라놓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양함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논쟁은 의미가 있다. 학계가 중심이 되는 게 좋을 것 같고, 국민들이 논쟁적 차원에서 양자의 입장을 잘 듣고 판단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나가는 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건국절 논쟁’은 정치권의 해묵은 논제다. 매 기념일만 되면 건국 시점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13일로 봐야한다는 진보진영 입장과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로 봐야한다는 보수진영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기관) 대표는 “건국절 논쟁 자체는 정치인 개인의 신념 문제일 수 있지만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언급한 배경과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배경과 목적 모두 보수층의 결집일 것”이라며 “국가적 행사를 여야당 정치적 논리로 몰아가는 건 정치인들이 지양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에서 확실하게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도층으로 지지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논쟁을 마무리 지으려면 우선 당론부터 정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당도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