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가 행복주택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데만 급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혼부부들은 계약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들이 어떤 주택 타입에 당첨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 또 방을 보고 싶다고 문의를 해도 공사 측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계약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19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대주택 카페 등을 중심으로 최근 2019년 1차 행복주택 당첨자들 사이에서 행복주택 입주 과정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계약금을 내야만 방을 볼 수 있다는 SH공사 측의 설명 때문이다.
행복주택은 정부가 무주택국민을 위해 저리 자금을 지원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세대를 비롯해 고령자와 주거급여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신청을 받는다. 계약금은 임대보증금의 20%다.
행복주택 당첨자 A씨는 “일반 원룸 하나를 계약하더라도 직접 방을 보고 나서 가격적으로 합리적인지, 다른 문제점은 없는 지 등을 세세하게 따진다”며 “아무리 행복주택이라고 해도 적은 돈이 아니고 앞으로 살게 될 집인데 평면도 하나를 던져주고 계약할지를 정하라는 식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SH공사는 당초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이미 견본주택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놨다는 주장이다. 또 공공주택과 일반 원룸 계약은 전혀 다르다며, 수십 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전부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SH공사의 ‘2019년 1차 행복주택 입주자공고문’에 따르면 “금회 공급단지는 현장여건상 견본주택을 운영하지 않으니 서울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청약정보’의 ‘전자팸플릿’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공사 관계자는 “당첨돼도 계약을 안 하는 분들이 많다. 공공주택 계약과 일반 복덕방을 통한 방 계약은 전혀 다르다”며 “현재 30~40개 지구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이들 주택을 동시에 다 보여주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분양도 모든 당첨자들에게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첨자들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뿐이다. 우선 해당 팸플릿에는 평형대별 평면도만 한 장씩 첨부돼 있을 뿐, 실제 사진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팸플릿 내 평면도 중 어떤 타입의 집에 당첨됐는지 그 여부도 알 수 없다는 것.
A씨는 “저희가 당첨된 집의 경우 발코니 확장형과 기본형 2가지 타입이 있는데, 어떤 타임에 당첨됐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평면도를 봐도 어떤 방이 저희 집인지 알 수 없다”며 “공사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8월 2일 당첨자 발표와 함께 계약 일정 및 계약금 안내가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집 공개 여부와 관련한 문의가 많아지자 최근 SH의 한 센터는 해당 지역 내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시공사로부터 주택인수가 완료되지 않아 주택공개가 어렵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SH는 서울 전역에 나눠져 있는 임대아파트를 관악동작센터, 강서센터, 성북센터 등 13개 센터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다른 행복주택 당첨자 B씨는 “공사 측의 주장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마련해줬으니 따지지 말고 대충 입주 여부를 결정하라는 식으로 보인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나라에서까지 업신여기니까 더욱 서럽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