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내시경 검사 때 많이 들여다보는 게 좋아요"

[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내시경 검사 때 많이 들여다보는 게 좋아요"

기사승인 2019-08-23 14:00:00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 박재명 교수(오른쪽·소화기내과)가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시경 검사 시 관찰시간이 길수록 조기위암을 놓칠 위험이 반감된다는 사실을 2017년 실증적으로 규명, 국내외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센터장 박재명·사진 오른쪽·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 관련 최고 전문가들로 꾸려진 다학제(多學制) 진료 체제가 강점이다. 위장관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교수들은 물론 임상영양사와 전문 간호사, 임상시험 코디네이터, 기초의학자 등 여러 과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하는 체제다.

이들은 매주 1회 이상 협진 회의를 열어 수술 전·후 내시경 검사, 수술 계획, 영상의학 및 병리학 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환자 개인 맞춤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며 최신 의학 지식을 축적하는 데도 열심이다.

2018년 국가 암등록 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새로 발견된 위암 환자 수는 모두 3만504명이었다. 전체 암 발생의 13.3%를 차지해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에 오른 대장암(12.3%)보다는 1.1% 포인트, 3·4위에 오른 갑상선암(11.4%)과 폐암(11.2%)보다는 1.9~2.1% 포인트 많은 숫자다.

남녀 성비는 2대1 비율이었다. 남자가 위암에 걸릴 위험성이 여자보다 배정도 높다는 뜻이다. 2016년 한 해 발생 건수별로도 남자의 경우 총 2만509건으로 남성 암 중 1위에 오른 반면, 여자는 총 9995건으로 여성 암 중 4위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76.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장 박재명 교수의 도움말로 여전히 한국인 암 발생 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고수하고 있는 위암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박 교수의 전문 분야는 조기 위암과 조기 식도암 내시경 치료다. 내시경 검사 시 조기 상부 위장관 종양을 놓치지 않으려면 오래 관찰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2017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Q. 위암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A.
위암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남미 국가에서 잘 발생한다. 왜 이들 국가에서 유독 위암이 잘 발생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계는 아마도 맵고 짠 음식, 절임 식품을 즐겨 먹는 식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특히 염장 식품과 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 그리고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균 감염, 인간 감마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 감염 등을 주요 위험인자로 꼽고 있다.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음식물로는 소금에 절인 채소, 생선 자반, 젓갈류, 훈제 어류, 불에 탄 육류, 질산염 농도가 높은 가공식품 등이 꼽힌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먹자마자 소화가 이뤄지거나 영양분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위에서 약 30분에서 1시간가량 머물러 있다가 흡수된다. 그 동안 위벽에 있는 세포들과도 접촉한다. 너무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으면 안 되는 이유다.
 

Q. HP균도 위암을 일으키는가.
A.
물론이다. 위는 고강도 위산을 분비하지만 점액질도 같이 분비해 위벽을 보호한다. 하지만 HP균에 감염되면 이 점액질 분비 능력이 급속히 퇴화,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위 속에서 HP균이 발견되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까지 발생한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위암 환자 2명 중 1명은 HP균 감염이 종자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Q. 위암이 잘 생기는 부위는?
A.
위는 주머니 형태의 장기로 식도와 연결돼 있다. 위벽은 또한 안쪽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모두 4개 층으로 돼 있다. 위암은 제일 안쪽 점막층에서 시작해 점차 근육층까지 파고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위암 발생 시 이들 4개 층 중 어느 층까지 암세포가 파고들었는지, 나아가 주변의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됐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 결과도 달라진다.

다른 장기나 림프절 전이가 없고, 암세포가 점막하층 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조기위암이라 지칭한다. 조기위암은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하고, 치료 시 5년 이상 장기 생존 가능성도 96%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위암은 서양인의 경우와 발생 양태가 조금 다르다. 한국인 위암은 위 유문부와 체부에 주로 생기는 반면, 서양인 위암은 위 분문부에 많이 생긴다. 

Q. 위암을 암시하는 위험신호 증상은?
A.
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말해 위암에 의한 특이 증상은 없다. 특히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있다고 해도 흔한 소화불량 증상과 비슷해서 증상만으로 위암을 의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해야 상복부 불쾌감, 팽만감, 동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빈혈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후기 위암으로 이행하게 되면 유문부(위장 출구) 막힘에 의한 구토, 출혈로 말미암은 토혈이나 혈변, 분문부(위장 입구) 막힘에 의한 삼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출혈 증상, 특히 토혈은 위암 후기에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뿐더러 분문부와 같이 식도와 위가 맞닿는 상부 위장관에 발생하는 조기 위암의 경우에도 간혹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분간하기가 어렵다.
 

Q. 위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A.
위암 진단은 속칭 위 투시검사로 불리는 상부 위장관 X-선 촬영과 위내시경 검사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진단율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내시경 검사가 유용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이상 병소가 발견될 경우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까지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암 진단 후에도 정확한 병기 설정을 위해 내시경 초음파(EUS),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CT)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조기 위암은 수술 후 생존율이 96.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따라서 가능한 한 조기에 암을 발견, 뿌리째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조기위암의 치료는 위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지 않는 내시경점막하절제술(ESD)이나 복강경 수술, 혹은 로봇수술을 시행해 위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3기 이상 진행성 위암의 경우엔 재발 위험이 높아, 수술 후 삶의 질 저하 방지보다 생존율을 높이는데 일차적 목표를 두고 치료를 시작한다. 이때는 위 절제수술도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아울러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암화학요법을 보조적으로 시행,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Q. 내시경으로 조기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A.
한마디로 암 조직을 특수 내시경 칼로 도려내면서 위를 보존하는 치료법이다. 위암의 전단계인 위선종과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에 주로 적용된다.

환자는 수술 흉터가 전혀 안 남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회복이 빠른 이점이 있다. 입원기간도 짧고 치료비도 적게 든다. 치료를 받고 나서도 위를 보존하게 되므로 삶의 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선 레이저나 플라스마 빔 등으로 조기위암 조직을 태워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점막하 내시경 절제술(박리술) 전·후로 내시경 검사를 철저히 받을 필요가 있다. 위암 환자 10명 중 1명은 두 개 이상의 암 병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암 한 개가 발견됐을 때 다른 부위에 암이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위 전체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기위암 수술 환자 5명 중 1명꼴로 5~10년 내 재발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Q. 국내 위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A.
위암은 다행히 발암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기만 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위 투시검사를 받도록 하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위암을 초기에 조기 발견하기가 쉬운 환경이다. 

현재 한국인 위암 환자들의 5년 평균 생존율은 76%다. 미국(32.1%)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적이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의 위 투시 검사와 종합건강검진의 위 내시경 검사가 한국인 위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공헌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위암검사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여 위암의 조기발견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Q. 위암 예방 수칙은?
A.
위암을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의 생활화 외에 건강한 식습관 유지와 금연 실천이 필수적이다.

정기검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위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든지 1∼2년에 한 번씩 위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20~30대 젊은이라 하더라도 소화기 이상 증상이 잦은 경우 위 투시검사 또는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아울러 싱겁게 먹는 습관을 길들이고, 고기류는 익힐 때 태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 게 좋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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