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택 인허가 물량 급증 여파로 내년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최대 3만호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KDI 정책포럼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올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최대 2만5561호, 2020년이면 3만51호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9~2020년 분양 물량이 29만7000호인 상황에서 사용자비용이 1.0%, 올해와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각각 2.4%, 2.5%인 것을 가정한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준공 후 미분양은 주로 경기 지역, 그중에서도 최근 신도시로 일컬어지는 지역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5대 광역시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분양 확대에 따른 입주 물량 증가는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한다면 지방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역전세 현상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KDI의 우려다.
역전세는 집주인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되돌려 주지 못하고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을 뜻한다.
또 KDI는 또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각각 지난해 2월과 2017년 12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세계약 만기도래시점인 오는 12월부터 역전세 현상이 수도권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역전세의 확산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현금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전세자금대출 기관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에도 불안 요인이다. 2011년에는 미분양 해소 과정에서 100대 건설사 중 25%가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실제로 부도를 맞은 업체의 수도 145곳에 달했다. 특히 한국 주택시장은 주택보급률은 가구 수를 기준으로 2008년 100%를 넘었고, 올 연말에는 1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구조상 초과공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 연구부장은 “현시점에서 신도시 건설은 구도심 쇠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3기 신도시가 과연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마진을 맞추려고 ‘밀어내기’식 분양이 시행되고 나면 시장은 상당 기간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향후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은 도시의 재생과 활력 증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