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닫고 인력 줄이고…‘위기의 위스키’ 설 곳이 없다

공장 닫고 인력 줄이고…‘위기의 위스키’ 설 곳이 없다

기사승인 2019-08-29 01:00:00

경기불황과 주류 문화의 변화 등으로 부침을 위스키 시장이 부침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국내시장을 일부 철수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허리띠 조르기에 나서고 있다. 

◇ 공장 중단하고 인력 줄이고

27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임대 중인 이천 공장의 운영을 내년 6월 종료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국내 1위 프리미엄 주류 업체다. ‘조니워커’, ‘윈저’ 등을 비롯해 ‘기네스’ 등 맥주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1981년 설립된 이천공장은 6만4000㎡ 부지로 2009년 디아지오코리아가 매각한 후 20년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던 곳이다. 그러나 공장 가동률이 내려가면서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다. 

이천 공장에서는 수출·군납용 위스키가 연간 150~200만 상자가 생산되며, 국내 판매용은 생산되지 않는다. 스미노프 제품은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됐다. 국내 군납용 윈저는 연간 1만 상자 가량이 병입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윈저는 국내 생산 시 더 높은 세금이 부과돼 모두 해외에서 병입돼 수입된다. 

위스키 시장은 10년째 우하향하고 있다. 지난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2459상자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8년(284만1155상자) 상황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불황에 극단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위스키 회사 페르노리카 한국 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올 초 임페리얼 영업·판매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넘긴 뒤 희망퇴직을 받아 220여명이었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대폭 줄였다.

선례 없던 가격 인하도 계속되고 있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지난 1일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 출고 가격을 15% 내렸다. 임페리얼 스무스 12년(450㎖)의 출고가는 2만6334원에서 2만2385원으로, 임페리얼 스무스 17년 가격을 4만62원에서 3만4056원으로 조정했다.

국산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도 지난 19일 출고가를 최대 30.1%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의 출고가가 2만6334원에서 2만4255원으로 7.9% 내렸으며 ‘팬텀 디 오리지널 17’, ‘팬텀 디 오리지널’, ‘팬텀 더 화이트’ 등 팬텀 3종 역시 출고가를 인하했다. 팬텀 디 오리지널은 4.2%, 팬텀 디 오리지널 17은 8.7% 내렸다. 팬텀 더 화이트 450㎖ 제품은 30%, 700㎖ 제품은 30.1% 인하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지난 23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윈저 12년(500㎖) 제품은 2만4288원으로 7.9%, 윈저 17년(450㎖) 제품은 7% 인하했다. W 아이스(450㎖) 제품 가격은 8.5% 인하했으며, W 아이스(330㎖) 제품은 4.4% 내렸다. W 시그니처 12, W 시그니처 17을 비롯해 프리미엄 위스키인 딤플 12년 등도 인하했다. 

◇ 발목 잡는 규제… 출구가 없다

관련업계에서는 주류 음용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여전히 진행이 더딘 주세법 개정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원인으로 꼽는다. 

주류 관련 고시 개정안에 따라 리베이트 제공이 전면 금지되는 소주·맥주와는 달리 위스키의 경우 도매업자별로 위스키 공급가액의 1% 한도, 유흥음식업자별로 3% 이내 금품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간 최대 10%에서 40%에 달했던 리베이트 금액이 급격하게 줄어듦에 따라 영업 현장에서의 부담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통상 위스키업계는 판매장려금을 통해 1박스 6병인 기본 볼륨 외에 세븐팩·에잇팩 형태로 주류를 유통하고 있다. 영업사원 재량에 따라 추가로 1~2병을 제공하는 형태다. 따라서 이러한 추가 주류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는 도·소매상과 일선 업소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미뤄지는 위스키 부문의 주세법 개정도 악재다. 출고가 기준이 아닌 알코올 도수와 양를 세수 기준으로 삼는 종량세 전환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 위스키 등의 세수는 출고가 기준 72%다. 

반면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위스키가 도수가 높다 하더라도 기존 과세체계보다 세부담이 낮아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산 위스키 1ℓ당 주세 납부액은 약 2만288원이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제세금은 약 3만1827원이 된다. 

반면 종량세로 과세체계가 개편되면 알코올 도수가 40도인 국산 위스키 1ℓ에 붙는 세금은 약 1804원 수준으로 급락한다. 현행 납부세액의 8.9% 수준이다. 급격한 세수 감소에 따라 정부부처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부 위스키 업체에서는 병입(완성된 위스키를 병에 넣고 패키지 등을 붙여 완성하는 것)을 해외에서 진행한 뒤 국내에 들여온다. 이 편이 과세가 적어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내 위스키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해외에서 만들여 들어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너무 흔한 이야기”라면서 “당장의 비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감축 등 다양한 생존방식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