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기관 강북 이전 사업이 순탄치 못하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중랑구 이전 계획을 내놓자마자 내부 구성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랑구 시민들마저도 조망권 침해 등으로 공사 이전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녔다. 다만 공사 이전으로 인한 유동인구 증가는 인근 상권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내다봤다.
◇SH공사 노조 “사옥이전, 그날 오전 기사보고 알아” = 서울시는 최근 SH공사를 중랑구 신내2지구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은 지난해 8월 박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생활을 마치며 공언한 강남북 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이다. 시는 “행정·공공기관이 강남권에 쏠려있는 것도 강북 발전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SH공사 노조는 시와 공사가 직원들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SH공사 노조는 서울시가 발표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졸속으로 추진된 일방적인 사옥 이전”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애초 SH공사 이전 후보지로 창동역 인근, 은평 뉴타운, 양원 공공주택지구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중랑구청과 중랑구가 박홍근 지역구 국회의원 요구로 신내2지구가 선정됐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당초 신내2지구 부지는 학교 용지였다. 그러나 수요가 없었다. 이에 SH공사가 용도 변경으로 매각을 시도했으나 중랑구가 이를 거부하다가 출구전략으로 SH공사 사옥 이전을 요구했다는 것. 노조는 서울시가 직원들을 무시하고 중랑구 목소리만 경청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 측에서 내부적으로 직원들 의견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은 채 사옥 이전을 추진했다”며 “심지어 해당 소식을 당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SH공사 노조 관계자는 “균형발전에는 동의하지만 직원이 한, 두 명도 아니고 교통 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지 않나”고 주장했다.
◇“집값이 뛰거나 그런 일은 없어요” = 현장에서도 SH공사 이전을 두고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공사가 새로 들어서는 부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SH공사 사옥 이전과 중랑구 신내동 부동산 시장과의 연관에 대해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올해 말 예정된 지하철 6호선 신내역 연장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신내데시앙아파트 105동, 106동 주민들은 조망권을 가려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가 들어서는 부지 바로 앞은 신내데시앙아파트 몇 개 동이 인접해 있었다. 공사가 들어선다면 조망권이 가로막히는 셈. 아파트 내 한 지역 주민은 “한강이 있다거나 엄청난 조망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단지 바로 앞에 공사가 들어서게 되면 벽처럼 가로막혀 답답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지역주민은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반길만한 소식이겠지만, 솔직히 공사 이전과 지역주민들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상권이 크게 발전될 거라 내다보는 시각도 있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에는 큰 영향은 없을 거 같고, 다만 공사가 들어서게 되면 건너편 양원지구 상권 형성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임대업자나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청 인근에서 장사를 하시는 A씨는 “보시면 구청을 중심으로 상권형성이 밀집해 있어서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며 “SH공사가 오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이 많아질 테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