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병’ 둘러싼 주류업계 갈등… 무엇이 문제일까

‘이형병’ 둘러싼 주류업계 갈등… 무엇이 문제일까

기사승인 2019-09-21 01:00:00

‘이형병’ 수거와 반환을 둘러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주류의 소주 생산 공장에 쌓여있는 진로 공병은 약 200만병에 달한다.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 이즈백’이다.

통상 소주병의 경우 7회가량 재사용이 가능하다. 신규 병을 생산하는 것에 비해 가격적인 부분에서 우위가 있어 소주업체들은 재사용해 사용하고 있다. 출고가에서 새 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선 주점이나 소비자들이 소매점에 공병을 반환하면 재활용을 위한 공정절차를 거쳐 재사용하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2009년 소주업체들은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소매점 등에서 반환된 공병들이 자사 것이 아니라도 재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공병의 반환의무도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다른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의 제품의 빈용기가 회수될 경우 사용하거나 파쇄하지 말고 해당 생산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다만 해당 시행규칙에 강제성은 없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간의 갈등은 하이트진로의 ‘진로’ 신제품은 기존 소주 제품과는 달리 하늘색을 차용하면서 시작됐다. 롯데주류가 재사용할 수 없는 진로 공병들이 분류 없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이 진로 공병들은 롯데주류 공장에 그대로 쌓여있다. 

롯데주류 입장에서는 공용병 사용 취지 자체가 비용절감과 환경적 문제 등에 도움이 되고자 진행한 만큼 단순히 돌려주고 돌려받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이형병을 분류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자사 공병 외에 경쟁사 공병 선별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주공병을 사용하기로 한 자율협약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면서 “하이트진로를 포함 소주 제조업체들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문제를 제기한 롯데주류를 포함, 타사의 소주 업체들도 이형병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청하의 빈병도 10년간 돌려주고 있으며, 올해만 900만병 가까이 돌려줬다”고 말했다. 

양 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전국의 소주 제조사를 대상으로 이형병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이형병 사용과 반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만큼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이야기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형병에 대한 추가 취급수수료를 책정하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로서는 이형병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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