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文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이사철 전세대출 금리 기습인상

시중은행, 文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이사철 전세대출 금리 기습인상

기사승인 2019-09-30 06:00:00

# A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 8월 말 은행을 찾았다. 서류를 제출하고 대출 집행을 기다고 있었던 A씨에게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은행 대출금리가 연 0.6% 인상됐으니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은행을 찾아보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을 알아봤으나 9월 중순을 기점으로 일제히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야만 했다.

이처럼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은행들이 9월 일제히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신예대율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 정책에 기조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은 한달전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9%p 인상했다.

대출 유형별로는 주택금융공사 보증 대출의 6대 시중은행 평균금리는 8월 연 2.76%~3.86%에서 9월 2.97~3.92%로 0.6~0.21%p 인상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의 경우 1개월 전(2.89%~3.95%)보다 0.02~0.17%p 오른 3.06~3.97%를 기록했다. 또한 SGI서울보증의 경우 전월 대비 최저금리는 3.12%에서 3.29%로, 최고금리는 4.20%에서 4.22%로 0.02~0.17%p 상승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평균적으로 전월보다 0.2%p 인상된 금리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창구직원은 “모든 은행이 우대금리 감면율을 0.2%p정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은행별 대출금리를 보면 농협은행은 1개월 전보다 금리를 0.59%p 올려 인상폭이 가장 높았다. 이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0.48%p, 0.43%p 올렸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14%p, 0.10%p 낮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대출금리 인상 원인을 시장보다 신예대율 도입 등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서 찾고 있다. 시장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와 신코픽스 도입 등 금리 인하 요인이 많다. 하지만 신예대율 제도가 도입되면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되기 때문에 예금과 대출 비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이 많을수록 불이익을 받는다.

은행의 경우 신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예금을 확대하거나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예금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의 선택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게 관련업권의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규모를 늘이기 위해 우대금리 책정했던 부분을 정상화한 것”이라면서 “신예대율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조절할 때 은행은 고금리 정책을 펼친다”면서 “소비자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금리를 높여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신예대율 등 가계대출 규제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승은 관련이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면서 “이사철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전세자금대출을 가계대출 제한 항목에서 제외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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