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누구의 아들·딸

[친절한 쿡기자] 누구의 아들·딸

누구의 아들·딸

기사승인 2019-10-02 05:00:00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어쩌면 이 사실은 우리가 나고 자라면서 제일 먼저 습득하는 사회의 이치이자, 죽기 직전까지 목도하는 섭리 중 가장 명백한 진리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 동시에 오랜 시간 이를 부정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많은 숫자의 사람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본 적 없던 자가 불공평을 논할 수 없습니다. 작은 혜택도 받지 못한, 그래서 정직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죄 없는 죄인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부정 입학’ ‘입학 특례’ ‘채용 비리’ 최근 지겨울 정도로 언급되며 뉴스를 도배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이 정도가 될 테죠. 단어들의 공통점은 고위공직자, 정당의 대표,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자녀들에게 쏟아진 의혹이라는 겁니다. 뉴스를 접하는 시민의 감정은 분노와 배신감, 박탈감 등이 채우고 있습니다. ‘고관 자녀들이 받은 혜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사실 이러한 시시비비는 박탈감을 느끼는 평범한 인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는 아닙니다. 본인의 능력 부족을 탓하며 뒤처짐을 인정한 이들이 깨끗이 결과에 승복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태어났다 하더라도 경쟁만큼은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 공정하게 치렀다는 전제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룰이 작동되지 않는 셈이고,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강원랜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당시에도 우리는 힘없는 서민과 배경 없는 취업준비생들의 상처를 달래고 부패 없는 투명한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또 특정 계층의 자녀들에게 특혜가 돌아갔다는 보도를 보고 있습니다. 백그라운드가 없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학습 과정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없는 무력감이 몰려옵니다. 오늘 쿡기자는 ‘그럼에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찬 메시지가 아닌 특혜 의혹으로 물든 사회를 담아낸 좌절의 댓글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공부도 취업도 노력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졌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지만 모두의 아버지가 조국이나 김성태가, 어머니는 나경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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