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것을 결정한 뒤 다른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강원대·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 지방 국립대병원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애초 개별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고 서울대병원에서 방침이 정해지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의 방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고 나니 말이 바뀌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장은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지방국립대 병원끼리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가기 위해 담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노사합의도 마쳤고 노동조합과 논의해야 하지만, 형식적인 회의에 그치고 병원에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병원장들의 모임인 국립대병원발전협의회와 교육부만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조 관계자는 “교육부를 상대로 병원장들이 수익사업을 하는 편의시설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달라, 사학연금 보전금을 지원해달라, 전기세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달라는 등으로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볼모로 해서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병원 측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A병원 관계자는 “애초 전망과 다르게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언제든 다시 파업할 수 있는 불안감이 병원 내에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말과 달리 “최근 각 병원 단위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장들 간에 만남에서 얘기했던 것과 다르게 배신한 상황에서 누군가 또 배신할까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있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리 주장을 위한 파업을 존중하되, 불법의 요소 없이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모두 정부의 방관에 비판했다. 정부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전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기도 방법도 정해주지 않고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