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의 대명사인 경제관료 출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유연한 정책결정자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금융위원장 취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적 입장을 보였지만 상황에 따라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등 유연한 정책결정 자세를 취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사청문회 당시 “야전에 있으면서 평소 사모펀드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모펀드 규제완화 포부를 밝혔던 그는 이날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관련 질문에 “(사모펀드에 대한) 입장 변화가 맞다”며, “(금융위) 외부에서 봤을 때는 자산운용 분야까지 (당국이) 간섭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인사청문회에서 그렇게(규제완화 쪽으로) 이야기 했는 데 (지금은) 입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LF사태와 정치권 사모펀드(조국펀드), 라임자산까지 문제가 발생하자, 제 소신만 말하기 어렵다”며 자신의 주장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지금은 개인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경제관료 출신 장관으로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성장통’으로 표현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잘 못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
은 위원장의 유연성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딛친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두고도 두드러 진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3법’의 개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 분들과 직접 만나 우려하는 ‘정보의 활용과 보호’ 두 가지 측면에서 의견을 구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뚝심’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기 보다 이해관계자와 소통과 문제 개선을 통해 정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은 위원장에 대해 역대 위원장과는 다른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금융위원장들과는 스타일이 다르다”며 “앞서 두 명의 위원장이 꼼꼼하고, 계획적으로 경직된 스타일이었다면 은성수 위원장은 조금 러프하고 유연한 스타일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취임 후 금융위 내부 서류 보고를 축소하고 대면 보고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부하 직원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행보를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시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의 시소가 그동안 금융산업 발전으로 쏠려 경직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한쪽으로 쏠린 시소가 이제 균형감 있게 돌아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같은 은성수 위원장의 모습을 두고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와 이는 은 위원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