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퇴 충격 속 13일차 국감, 정쟁 vs 민생 ‘투 트랙’

조국사퇴 충격 속 13일차 국감, 정쟁 vs 민생 ‘투 트랙’

법사·행안·교육 위원회, 조국+알파(α)… 여타 11개 위원회, 현미경 현안지적

기사승인 2019-10-15 07:04:51

조국 법무부장관이 갑작스런 사퇴입장을 발표하자 정치권이 들썩였다. 하지만 13일차에 들었던 국정감사현장은 현안점검에 치중하며 나름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조 장관 관련 의혹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법제사법·행정안전·교육 분야 상임위원회 3곳을 제외한 11개 상임위는 14일 발생한 ‘조국 쇼크’ 속에서도 피감기관의 문제를 질타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이날의 국정감사를 마쳤다. 일부 위원회에서는 피감기관장들이 곤혹스러움에 진땀을 훔치는 모습들도 연출됐다.

◇ 송곳 질의에 ‘사퇴’ 요구까지… 기관장들 ‘진땀’

이날 국정감사를 시청한 국민들에게 가장 곤혹을 치른 인물을 꼽으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이 순위를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HUG, 한국감정원 등을 대상기관으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장은 ▲방만 경영과 비효율 ▲직원 및 본인에 대한 호화복지 ▲노사갈등 등이 거론되며 이날에만 ‘사퇴’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

심지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조차 HUG의 방만 경영 문제와 관련해 “‘허그’인지 ‘헉’인지 모르겠다”며 “작년에도 HUG의 방만한 예산 운용에 대해 지적했는데 전혀 개선된 바 없다. 자체 관사는 타기관보다 훨씬 많은 44개나 되고,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도 HUG는 야근수당이 되레 증가했다”며 강하게 비판하며 경쟁체제 도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국감에 참여한 여야의원들의 ‘사퇴’ 요구는 산림청과 산립조합중앙회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뤄졌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문제가 됐던 ‘산지 태양광’ 관련 문제에 제대로 된 개선책이나 결과를 내놓지 못한 김재현 산림청장을 향해 “그만두라”고 질타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불피해지역 복구조림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불피해지역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대책’이 맞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단순히 산불피해를 복구하는 것을 넘어 산불 자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산불예방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도 진땀을 뺀 기관장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하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감정원의 업무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감정평가액의 감정절차나 시세분석 및 공시가격산정에 문제가 있으며 이를 산출하기 위한 근거조차 내놓지 않는 행태에 강한 불만과 우려를 표했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감정원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이야기하면서 시세분석자료는 비공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시세가격이 검증되지 않은 내부 자료에 불과하다면 공시가격은 시세와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산출된 가격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혜원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깜깜이, 막무가내”라고 비난했다.

◇ 방만경영, 재정악화, 관리소홀 등 국감 곳곳서 ‘드러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정무위원회에서도 여야의원들의 기관장들을 향한 질타는 이어졌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향한 질타가 많았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GM 경영문제와 관련 “한국GM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는데 GM에서 한국물량을 다른 국가로 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산업은행의 관리문제를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산업은행의 관리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008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현장실사 방해로 실패했다. 이로 인해 19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그런데 또 다시 손실이 발생할 위기”라며 “지도감독을 해야 할 산업은행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관련 문제에 산업은행 내부직원의 5억원대 횡령사건, 보통주 32.9%를 확보해 의결권의 4.7%를 보유한 한국전력의 적자경영 문제, 아시아나항공 및 대우건설 매각 등 산업은행 관련 현안들도 다양하게 부상하며 이 회장을 압박했다.

한국전력의 적자경영의 원인으로 꼽히는 ‘탈원전’ 정책기조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꼽히며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불편하게 했다. 동서발전 등 발전사들의 분리경영으로 인한 비효율적 전기료 집행 등의 문제, 한빛3·4호기 부실공사 등에 대한 문제 등도 국감장 공기를 달궜다.

이 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뤄진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지칭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재정악화문제가, 공영방송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를 진행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3년간의 MBC 연속적자 문제가 대두되며 여러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 국감 단골메뉴로 등극한 ‘조국’… 결론 없이 ‘쳇바퀴’

‘조국’ 국감도 계속됐다.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을 향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국정감사위원들은 조국 법무부장관 5촌 조카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문제를 집중조명하며 김창보 고등법원장을 향한 날선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나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의 경우 오히려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명재권 영장판사의 영장기각 판단을 간접적으로 찬성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이 의원은 “지난 2일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오늘도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조국 정국으로 흐르는 법사위 국감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법사위 국감이 조국 5촌 조카의 구속영장 기각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면 경상북도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치러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는 대학별 연구윤리 위반이 논란으로 떠오르며 ‘제2, 제3 조국 사태를 막아야한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줄지었다. 심지어 연구부정 관련 전수조사의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이와 달리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진 않았지만 서울특별시 국정감사가 이뤄진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서울시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으로 대변되는 조국 펀드 관련 의혹은 빠지지 않았다. 기타 이날 서울시 국감에서는 제로페이사업의 실효성,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서울시의 광고집행 진보인사 및 매체 편중, 광화문광장 천막강제철거 과정에서의 논란들도 함께 거론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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