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리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돈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대출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즉각적인 활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들은 기준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당장은 미세할지라도 규모나 지역별로 유동자금이 풀릴 거라 내다봤다.
◇“큰 영향 없을 것”=우선 금리가 낮아져도 주택담보대출이 막혀서 갈아타기가 불가능해 유동자금이 몰리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우선 현재 정부의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1,2주택자들은 갈아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주택자의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있고, 1주택자의 경우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시행 등으로 대출 한도가 낮은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쏠림 현상이 커 당분간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나 무주택 실수요자의 분양시장에 대한 청약 선호 현상이 유지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11일부터 연말까지 정부의 서울지역 주택구입에 대한 거래 모니터링이 강력한 만큼 거래량은 소강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금리인하 실효성 여부 논란도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미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인해 금리인하 효과가 소비·투자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현재 한국경제는 금리의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시기와 지역의 문제일 뿐”=반면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거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들은 시기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금리가 인하된 이후 7~8월 부동산 거래량은 33만5957건으로 직전 2개월(5~6월)인 28만394건 대비 19.82%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 용도별로는 아파트가 28.71%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오피스텔이 15.89%, 기타건물이 13.38% 증가 순이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은 미칠 것이다. 유동자금이 있으니까 금융상품이 됐든 부동산이 됐든 움직이긴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 규모, 시기 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규제가 있는 만큼 바로 부동산 시장에 돈이 확 몰린다기보다는 규제가 완화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세분화되어서 들어갈 것”이라며 “같은 부동산 안에서도 상업용 부동산보다 소형 주택, 오피스텔 등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