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뇌물혐의, 그리고 경영비리 등에 묶여 재판을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번 재판 결과로 오너 구속에 대한 리스크가 해갈됨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호텔롯데 상장 등 ‘뉴롯데’ 방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2심 판결 그대로 확정… 구속 리스크 벗어나
17일 대법원 3부는 이날 오전 11시 신 회장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내린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신 회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70억원의 뇌물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가족회사에 임대하는 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업무상 횡령 혐의도 있다. 롯데그룹에서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배우자인 서미경씨, 그리고 서 씨의 딸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
1심은 뇌물공여 혐의와 경영비리를 개별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경영비리 재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 대한 경영비리 혐의는 무죄로 인정받았다.
두 재판을 함께 진행한 2심에서는 서 씨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에 대해 추가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뇌물공여 혐의와 롯데시네마 매점 관련 배임 혐의는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지만 ‘수동적 뇌물 공여’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과 관련해)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지부진했던 뉴 롯데 방점 찍는다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롯데그룹 경영에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신동빈 회장이 추진해온 뉴 롯데 방점을 찍기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지배구조의 단순·투명화를 위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경영 비리, 면세점 특혜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상장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뉴롯데의 일환으로 2017년 10월 롯데지주가 공식적으로 출범했지만 지주사 체제의 마지막 단계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여태 멈춰있는 상황이다.
일본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은 독립적인 지주사 체제의 완성이라는 상징은 물론, 그간 롯데에 얹혀있던 ‘일본회사’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격으로, 현재 일본롯데홀딩스가 지분 99%를 가지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인 종업원·임원·관계사 등 일본인 지분율이 50%를 넘어 일각에서는 결국 롯데그룹 지배 정점에는 일본이 있다는 지적도 계속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3년여간 롯데를 얽매왔던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숙원사업인 지주사체제로의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급하게 진행하기보다는 투자자와 주주 여건에 맞춰 최적의 조건을 조성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