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피임약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와 남성에게 처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22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응급(사후) 피임약의 처방 건수가 약 98만여 건에 달했으며, 응급 피임약 처방 10건 중 한 건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9년(상반기) 응급 피임약이 처방된 건수는 총 97만 8442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17만1921건 ▲2015년 16만1277건 ▲2016년 16만4143건 ▲2017년 17만9672건 ▲2018년 20만3316건으로 나타나 2015년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으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9만8113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연령별 처방 현황을 살펴보면, 20대가 총 50만5152명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이어 30대가 26만 2198건(26.8%), 40대 11만 3698건(11.6%) 순으로 나타났다. 19세 이하의 연령층에 처방된 건수는 총 9만 1209건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총 25만23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22만 82건 ▲부산 8만 8384건 ▲대구 5만 8688건 ▲경남 5만 5991건 ▲인천 4만 8799건 ▲대전 4만 8465건 순이었다.
한편 응급 피임약을 남성이 처방받는 사례가 지난 5년간 8천 건 이상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이번 연도 상반기까지 남성이 응급 피임약을 처방받은 건수는 총 8506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4년 2155건 ▲2015년 1706건 ▲2016년 1514건 ▲2017년 1293건 ▲2018년 1171건으로 집계됐다. 즉 매년 천 건 이상의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667건 처방됐다.
이와 관련, 인 의원에 따르면 여성이 사용할 목적의 응급피임약을 남성이 대신 처방 받을 경우 이를 처방한 자는 의료법 제17조1항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응급피임약을 대신 처방받아 여성에게 전달한 남성은 약사법 제44조1항을 위반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의료법 제17조 1항을 보면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경우 해당 환자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의료법 제66조에 따른 자격정지, 제89조에 따른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또한 약사법 제44조 1항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의사 포함)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돼있다. 동법 제2조 1호에 따라 의약품 및 의약외품의 판매 개념에는 의약품의 '수여(授與)'가 포함된다. 이를 위반할 시 제93조에 따른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인 의원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함께 응급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응급 피임약은 현행법상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응급 피임약의 오남용 예방과 일부 의료현장의 '묻지마 불법 처방'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당분간은 계속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지영 인턴 기자 circl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