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방부 종합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던 일명 ‘촛불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회의적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앞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촛불 계엄령 문건’으로 지난해 공개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원본이 있다며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이어 당시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와의 관련성 의혹을 제기했다.
25일에는 지난해까지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불기소 이유통지서 발신인에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의 직인이 찍혀있었음에도 수사진행과 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도 검찰과 한국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21일을 시작으로 민주당은 “내란음모 의혹이 있다면 그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계엄령 문건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하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연루의혹에 대한 진상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과 촉구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24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은 아마 있었던 문건일 것”이라면서도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그렇게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낡은 정치 문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표현 때문에 당시 NSC 의장 대행이던 황 대표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조금 많이 나간 주장”이라며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 당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NSC에서 이 문제(계엄령)를 거론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대해석과 정쟁으로 몰고 가는 듯한 행태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하 의원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안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민주당과 군인권센터는 계엄문건 관련 황교안 대표의 연루문제를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건을 최초 폭로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공개적으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주장이 왜 타당한지 그 근거를 학인한 결과 ‘NSC와 협의’라는 부분은 군인권센터에서 공개한 문건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작년에 청와대가 직접 공개한 문건에 등장한다”면서 “새로운 내용이 아닌데도 민주당과 군민권센터는 새로운 내용이라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작년 11월에 조현천 전 사령관을 제외하고 수사를 끝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SC 관련 부분이 새로 등장했으니 당시 의장이었던 황교안 대표를 수사하라는 건 명백한 사실왜곡”이라며 “조국사태로 끝없이 추락하는 당지지율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민주당발 계엄풍 공작”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나아가 “새로운 사실이 없기 때문에 재수사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철희 의원 말마따나 '낡디 낡은 정치문법'인 것이다. 이런 낡은 정치공작은 한국당을 궁지로 모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을 궁지로 몰 것이다.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철희 의원이 사심 비우고 한 말이니 말 좀 들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상황에도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중지됐다”면서 검찰수사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명백한 내란음모가 있었는데도 단 한명의 피의자를 잡지 못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5일 논평을 통해 “윤석렬 총장이 보고 받고도 모르는 척 한다면 거짓이고,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전결사항이라 정말 몰랐다면 무능함 그 자체다”라며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이 지난해 11월 참여연대에 보낸 불기소이유통지서에 ‘피의자(황교안)로부터 결심을 받는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문구 등을 근거로 “황 대표가 계엄문건을 보고 받았거나 관여하였을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내란음모 사건에 연류 됐다는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