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남3구역’ 1등·최고 주장하는 건설사들…진짜 최고는

[기자수첩] ‘한남3구역’ 1등·최고 주장하는 건설사들…진짜 최고는

기사승인 2019-10-31 06:00:00

“배가 고픈 게 현실”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 한남3구역 시공권을 둘러싸고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이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입찰제안서를 낸 건설사의 한 직원은 우스갯소리로 “배가 고픈 게 현실”이라며 건설사들이 정부의 규제 등으로 힘든 상황임을 토로했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를 포함해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조합원 측에 제출한 입찰제안서 내용을 살펴보면, 배가 고픈 만큼 욕심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욕심이 불법적인 홍보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3개사는 각자 이주비 대출, 분양가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기존 재개발구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리조트형 단지’ 등 고급 특화설계(대안설계)안을 제시했다. 

특히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일반 분양가를 3.3㎡당 7200만원까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 110%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며 유튜브 홍보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욕심은 위법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는 평이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법을 근거로 단순히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서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시와 협의를 마치고 11월 한남3구역을 비롯한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특별점검할 계획이다. 한남3구역의 경우 11월 초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법은 아니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을 우려가 충분한 무리수 홍보도 등장했다. 최근 GS건설은 ‘아빠는 한남스타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포스터를 홍보관에 걸었다. 한남동과 온라인상 유행어인 ‘한남’의 동음을 활용한 말장난으로 이같은 홍보 문구를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남이라는 온라인 용어가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는 수요자들의 눈길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를 의식한 당사는 당일 포스터를 바로 내렸다. GS건설이 의도적으로 제작한 홍보문구는 절대 아니겠지만, 내부적인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한남3구역 홍보에만 급급해 하고 있는 모습을 방증하고 있는 해프닝이다.

건설사들의 과열된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재개발·재건축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쪽은 조합원들을 비롯한 수요자들이 될 것이다. 올해 5월 분양한 과천자이(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인 GS건설은 당초 2012년 시공사 입찰과정에서 확정지분제 150%를 내세워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올해 공사변경계약서를 새롭게 체결했다. 

바뀐 계약에는 무상지분제 폐기 및 도급제 변경, 공사비 증액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조합원 측은 한남3구역 사업지까지 올라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밖에 건설사들의 대안설계나 홍보비용 등이 분양가에 전가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수요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이번 한남3구역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 한남3구역은 5개 구역으로 이뤄진 한남뉴타운의 첫 시공사 선정 사업장인 만큼, 이번에 시공사로 선정되면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불법적인 방식에서 기인한 욕심이 정당화 될 순 없을 것이다. 각 건설사는 ‘1등’ ‘최고’ ‘최고급’ 등의 단어를 내세워 한남3구역 사업에 임하는 자신들의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진정 최고의 건설사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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