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산업, 김광수 회장의 1.2조원 ‘정면승부’ 눈길

위기의 금융산업, 김광수 회장의 1.2조원 ‘정면승부’ 눈길

기사승인 2019-10-31 06:00:00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조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금융산업이 당면한 위기극복에 나섰다. 특히 저금리와 간편결제 증가 등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 은행과 카드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향후 3년간 디지털 분야에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투자금 1조2000억원은 디지털분야를 중심으로 농협은행(9000억원), NH투자증권(1000억원), 농협생보·손보·캐피탈(2000억원) 등에 분산 투자된다.

올해 들어 국내 금융지주는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경기 악화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단행되면서 3분기 들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농협금융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3937억원의 3분기 누적순익을 달성했지만 분기기준 순익은 3966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29.7% 하락했다. 수익성 악화는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에서 잘 드러난다. 농협금융의 3분기말 NIM은 1.79%로, 지난해 동기보다 0.08%p 떨어졌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제로금리’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여기에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이 오픈뱅킹을 기회로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역할을 대체하고 나서 전통 금융산업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변화’와 ‘적응’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그는 디지털 분야에 1조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디지털 농협금융’ 완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카드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무게를 뒀다. 1조2000억원 가운데 9000억원을 NH농협카드를 분사로 두고 있는 농협은행에 투자해, 카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은행의 클라우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NH투자증권에 1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보강하고, 나머지 2000억원을 보험 및 캐피탈 분야의 AI 및 챗봇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농협금융이 금융산업의 변화 속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금융을 선도해 왔다”면서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앞으로도 금융권 디지털 분야를 선도하고, 농협금융이 농업전문 금융그룹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장의 위기극복 방안은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전문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이번 투자와 함께 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전문인력 23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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