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등 주택 시장을 억누르는 정책기조가 계속되면서 암울한 주택건설 경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민간주택투자 회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급격한 건설투자의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건설투자를 먼저 늘림으로써 타 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건설투자의 효과는 몇 년 뒤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를 확대했다간, 막상 경제위기가 도래했을 때 대응책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택투자 늘려야=6일 주산연에 따르면 주택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GDP 성장에 20~30% 기여해왔으나 지난 2018년 이후 GDP에 대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GDP성장률은 1.9%에 그쳤다.
주산연은 주택투자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주산연에 따르면 전체 건설투자의 GDP성장기여도(–0.76%p) 중 주택투자 분야가 –0.74%p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일반건축 0.01%p ▲토목 –0.03%p 순이다.
실제 주택투자는 감소하고 있었다. 2017년 109조3000억원에 이르던 주택투자는 2018년에 106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이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46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3%가 감소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2020년에 주택투자가 올 상반기 수준으로 12% 감소하게 되면 11조2000억원의 주택투자 감소로 생산유발 28조2000억원 감소, 취업자 약 13만5000명이 감소하면서 2%대의 경제성장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주택투자의 급격한 위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투자는 타 산업의 생산유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라며 “주택산업 자체가 2차, 3차에 걸쳐 유리, 창호, 도배, 미장 등 전문 업종에 영향을 주고 도로건설, 기반조성, 조경 등 부대사업과 임대 및 개발, 관리·중개·투자·감정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신중히 접근해야=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 역할이 크다.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할 것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교육, 복지, 문화, 인프라 구축과 노후 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건설투자의 확대에 있어서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건설투자를 먼저 늘림으로써 타 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아무리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등의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이를 반대로 실행해서는 안된다”며 “가령 제조업의 활황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발생하는 공장과 물류같은 건설수요의 증가는 자연스럽지만, 건설투자를 먼저 늘림으로써 타 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는 도시경쟁력을 중점적으로 논하는 창조경제론에서나 부분적으로 통용되는 사안이다”라고 충고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발표 내용의 요지는 건설투자를 미리 해서 미래에 닥칠 수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뒤 이뤄진다. 분위기에 휩쓸려 지금 당장 투자를 확대할 경우 몇 년 뒤 실제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건설투자 확대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도 염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확대되면 투자수요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실과 정책 간의 균형점을 찾아낼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