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에 이어 삼양식품이 자사 메가 히트작인 ‘불닭볶음면’ 건면 제품을 출시하며 건면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건면이 전체 라면 시장에서 5% 남짓인 만큼 성장 여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기존 라면과는 달리 제조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아 급격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자사 브랜드인 불닭볶음면의 건면 버전인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선보였다.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기존 불닭볶음면 대비 칼로리는 530㎉에서 375㎉로 29.2%, 매운 맛은 4404스코빌에서 2600스코빌로 94% 줄였다. 사 측은 그간 칼로리를 걱정해 취식을 머뭇거렸던 소비자와, 오리지널이 너무 매워 제대로 맛보지 못했던 소비자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앞으로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시작으로 건면 라인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건면은 유탕면(油湯麵)과는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은 비 유탕면이다. 면을 기름에 튀기는 가정 대신 바람에 말려 가공한 것이다. 유탕면은 튀기는 과정에서 면 표면의 수분이 날아가 미세한 구멍이 생겨, 소비자가 조리하는 과정에서 그 구멍 사이로 국물이 스며들어 맛이 깊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 유탕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칼로리가 적고 면의 밀도가 높아 식감이 쫄깃하지만 면에 맛이 스며들기 어려워 심심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월 농심이 선보인 ‘신라면 건면’ 역시 출시 초기 기존 제품 대비 심심한 맛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신라면 건면은 출시 250일만에 누적 5000만봉 판매고를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매출 기준 전체 라면시장에서도 11위에 랭크되며 10위권 진입을 두드리는 중이다.
농심 측은 “평소 라면을 잘 먹지 않는 이들이나, 건강을 신경 쓰는 40~50대 소비자를 발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라면 시장 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건면의 영역을 확고하게 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건면 시장의 성장에 대해 각각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진출하면서 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면 시장 규모는 2015년 629억원에서 2017년 1000억원, 지난해 14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연간 30%대 성장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2조원에 달하는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할 때 5% 남짓한 수준이다.
또한 과거 짜장·짬뽕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이 득세했을 때 수많은 미투 제품들이 쏟아지며 시장을 키웠던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기존 공장라인과는 달리 건면 제품의 경우에는 새로운 설비가 필요해 투자가 앞서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둔화된 시장에서 (건면이) 선전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있는 기존 제품들의 건면 버전이 출시된다는 것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거 짬뽕·짜장라면처럼 한 두 업체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건면으로 ‘붐업’을 해야하는데 투자와 비용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보니 급격하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