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전두환의 선택적 기억력

[친절한 쿡기자] 전두환의 선택적 기억력

기사승인 2019-11-08 16:50:26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씨가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그가 포착된 곳은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 측근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긴 전씨는 기력 넘치는 걸음걸이, 스윙 등으로 88세의 나이가 무색한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후문입니다.

전씨를 포착한 사람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입니다. 임 부대표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골프장 캐디들도 가끔 타수를 잊거나 계산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나오는데 전씨는 절대 헷갈리는 법이 없었다며 전씨가 알츠하이머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아주 또렷이 (타수를) 계산하는 것을 보면서 캐디들도 이 사람이 치매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더라”라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전씨가 현재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씨 측은 옥중 단식과 검찰의 압수수색 탓에 2013년 전후로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앞세워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습니다. 

임 대표의 추론에 빗대면 전씨는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 법 앞에 서는 걸 거부해 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같은 논란은 재판 과정에서도 언급된 적 있습니다. 재판부는 전씨가 정말 알츠하이머라면 2017년 4월 출간된 전씨의 회고록은 과연 어떻게 썼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인데요. 전씨 측은 회고록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설명입니다.

전씨가 건강하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전씨 소식에 공분하는 이유는 반성 없이 여전히 본인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착각하는 그의 태도 때문입니다. 골프는 치러 가지만 재판은 나올 수 없고, 타수는 계산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기억할 수 없는 그의 선택적 변명이 기막힐 따름입니다. 임 부대표가 공개한 영상에서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묻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난 모른다”라고 답합니다. 구순에 가까워져 가는 그에게 이제 와 참회를 바라는 건 이제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그에게 필요한 것은 준엄한 법의 심판뿐일 테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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