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판에 넘겨진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전쟁의 대표격으로 떠올랐다. 타다 운영의 합‧불법의 여부, 혁신이냐 아니냐의 갈등과 타다 드라이버를 향한 불법파견 문제제기 등 타다와 관련한 논쟁들이 끊이지 않
는다.
이런 와중에 타다는 지금 ‘왕따’다. 이전부터 ‘타다 아웃’을 외치는 택시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는 택시 상생안에 참여하지 않는 타다를 괘씸해한다. 같은 모빌리티 및 스타트업 업계로부터도 못마땅한 눈초리를 받고 있다. 검찰 기소로 인해 정부와 업계가 부랴부랴 타다를 옹호하며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지만 타다의 앞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타다 “AI 활용, 사용자 경험 중시한 혁신 모빌리티 기업”=타다를 고발한 한 국회의원이 “타다가 인공지능(AI)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듯 포함해 일각에선 타다가 렌트카 편법 영업일뿐이라며 혁신과 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타다도 할 말은 있다. 타다는 AI 기술을 가장 많이 적용한 기업 중 하나다.
AI 배차시스템이 적용된 ‘바로배차’가 대표적 예다. 지역이나 시간대, 날씨 등의 변수를 AI가 학습해 특정 지역의 사용자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데 실시간으로 차량을 공급한다. 수요와 공급을 기민하게 연결하는 온디맨드 전략에는 빅데이터와 AI가 필수다. 현재 VCNC 전체 직원 110여명 중 4분의 1 이상인 30여명이 AI·빅데이터 전담 인력이다.
실제 타다는 AI를 이용한 수요 예측으로 서비스 출시 11개월 만에 예상 도착시간을 26% 단축했고, 차량 1대당 수송 건수는 113% 늘었다. 즉, 승객이 앱으로 타다를 호출하면 도착하는 시간이 지난해보다 26% 빨라지고, 같은 시간동안 한 번 손님을 받았던 타다는 2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타다 관계자는 “타다가 IT기업이라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지만 모빌리티 분야에서 AI가 필수적인 만큼 타다도 마찬가지”라며 “타다 드라이버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이나 요일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는데, 기업의 운영효율 측면에서 드라이버들이 일하는 시간과 승객들이 타다를 찾을 때의 매칭이 잘 되도록 기술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아니더라도 타다를 ‘서비스 혁신’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등 택시를 이용하며 승객들이 겪는 불편은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타다 드라이버의 교육 매뉴얼엔 ‘먼저 말걸지 않기, 클래식 음악 재생, 스마트폰 충전기 제공’ 같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승차 만족’ 서비스를 시행했다는 의미다. 일반 승객들이 타다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승차감에서 비롯된다.
◆ 이재웅의 작심비판, 초기 '혁신 이미지'에서 '갈등 증폭제' 됐나=타다가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구 산업의 첨예한 대립에서 타다의 우군이 사라진 건 타다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웅 쏘카 대표의 강경발언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해 카풀 사태를 두고 정부와 택시업계를 비판해 ‘사이다 발언’을 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정부와 택시업계를 비판하는 강경발언이 이어지자 타다 사업에 있어 스스로에게 '독'이 됐다는 평가다.
포털 ‘다음’을 창업한 벤처기업인 출신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에 선임됐지만 “한계를 느꼈다”는 정부 비판글과 함께 5개월여만에 사퇴했다. 이후 SNS나 강연장에서 혁신성장,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부와 택시업계를 비판해왔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개인택시는 모두 실업자가 되고 면허값은 0원이 될 것”이라고 모빌리티 갈등 초기 기존사업자들을 자극한데 이어 최근엔 “택시업계가 피해를 봤다고 하니 우리 보고 그냥 택시회사가 되라고 한다”며 “혁신을 시작하지도 못한 기업한테 보상부터 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공유경제 문제에서 이해관계자간 대타협을 강조하자 이 대표는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자신을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에 대해서는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 출마하시려나"라며 비아냥 섞인 글을 남겼다.
70대 개인택시 기사 분신 사망 사고에 관련해선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혀 ‘생존권보다 혁신이 우선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장 타다와 택시업계를 한자리에 앉혀 상생방안을 논의한다던 '택시제도 개편방안 실무논의기구'의 후속활동이 불투명해지자 군소 모빌리티 스타트업도 불안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은 타다 사태를 두고 “혁신 결과에 대한 권리는 혁신 사업가에게 보장해줘야겠지만, 그로부터 얻는 이익을 혁신으로 인해 어려움 겪는 취약 계층과 나누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대표와 부딪혔던 사람들의 주장은 공통적으로 공유경제·혁신에 밀려나는 이해 당사자들을 배려하고 함께 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산업과의 상생은 혁신 사업가의 몫이 전혀 아니지만,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그늘에 대해 기존산업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줬다면 갈등이 이정도로 커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키운 건 타다의 잘못도 없지 않아 있다”며 “처음 스타트업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백두산에 오르기도 했던 이 대표지만, 너무 자기가 한 일만 참신하고 혁신적이고 이를 막는건 틀린 것이라고 하는 그의 지론이 너무 독선적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혁신이 옳다고 해도 일반시민이나 택시기사들에겐 자기 일자리를 뺏는 악덕기업”이라며 “2~3명이 자신의 목슴을 걸었다는건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인데 타다는 택시조합장들을 만난다거나 택시기사로 일해본다거나 하는 등 여론을 설득하려했던 것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