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 출범…“조합원 1만명 돌파 1차 목표”

한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 출범…“조합원 1만명 돌파 1차 목표”

기사승인 2019-11-16 12:51:59

'50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에 최초로 상급단체에 가입한 공식적인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노조는 최우선 과제로 '급여와 PS(초과성과인센티브) 산정의 공정한 지급'을 꼽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력사의 노조 설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 선언을 하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은 이날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출범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무노조 경영'이 원칙인 삼성전자에도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있지만, 모두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고 실상 노조 활동도 없었다.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고 노동부는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는 단체교섭을 포함한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진 위원장은 ▲ 특권 없는 노조 ▲ 상시적으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 제대로 일하는 노조 ▲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 급여 및 PS 산정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밝혀 따질 것 ▲ 고과와 승진이 회사의 '무기'로 쓰이는 것을 막을 것 ▲ 노동자를 '헌신짝' 취급하는 퇴사 권고를 막을 것 ▲ 소통과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내 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규모는 400여명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오는 18일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동시다발 선전전을 하는 등 조직화에 나선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앞으로 가입 홍보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 목표는 조합원 1만명을 최대한 빨리 돌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노조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산하에서 전기전자 업종 노조와도 함께 한다. 이날 출범식에는 SK하이닉스 노조, LG 전자 노조에서도 삼성전자 노조 출범을 지지하며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기전자 업종 분과 위원회는 지지 선언문에서 "50년 무노조 경영의 사슬을 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삼성전자 노조 진윤석 위원장과 조합원들의 용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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