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하라”

3년 만의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하라”

기사승인 2019-11-20 15:37:54

“오늘 우리는 열차를 멈춘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조상수)이 20일 오전 9시를 기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무기한 총파업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74일간 파업한 이후 3년 만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을 비롯해 부산역, 영주역, 광주 광천터미널 앞, 대전 철도공사 본사 앞 등지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와 정부를 향해 임금 정상화, 4조3교대로 근무체계 개편, 안전인력 충원 등 지난해 노사가 이미 합의한 내용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날 서울지방본부가 연 총파업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4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이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인력 충원하라” “인건비 정상화 정부는 책임져라” 등 구호를 외쳤다. 

황상길 서울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임금을 정상화하고 현장인력을 증원하고 노사지원 협의체 약속을 이행하자는 우리의 당연한 요구를 기필코 쟁취하겠다”면서 “단 한번만 투쟁한다면 2019년 바로 지금이다. 조금만 더 가열차게, 힘차게, 끈질기게 투쟁해서 새로운 투쟁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국토부와 기재부는 철저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할 코레일 사측은 기재부와 국토부 등 뒤에 숨어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면서 “공공기관은 돈벌이 중심이 아니라 안전 중심으로 운행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국토부와 기재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손난로를 나눠 가지며 투쟁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였다. ‘현장 인력 충원’, ‘합의 이행’가 적힌 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총인건비 정상화 △노동시간 단축과 철도안전을 위해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개선 등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 이행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통합, 특히 KTX-SRT 고속철도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1일 인사발령 문제로 현장소장과 갈등을 겪던 코레일 철도시설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22일에는 밀양역 선로 작업 중이던 철도공사 노동자 3명이 열차에 치여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노사는 전날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가 4조2교대 전환에 필요한 안전인력 증원 안을 단 한 명도 제시하지 않았을뿐더러 KTX-SRT 고속철도 통합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손병수 코레일 사장은 이날 오전 11시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손 사장은 노사간 쟁점 사안에 대해 “정부로서도 공사 경영상태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검토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KTX, 새마을.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서울지하철 1·3·4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 수도권 전철(광역철도)이 운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 파업 돌입 첫날인 이날 KTX는 모두 70여 편, 일반 열차는 120여편이 운행 중지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의 경우 평시 대비 82.0%, KTX 68.9%, 새마을호 58.3%, 무궁화호 62.5%, 화물열차 31.0% 수준으로 각각 운행률을 맞추기 위해 총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화물열차는 한국철도 내부 대체기관사를 투입해 평시 대비 31.0% 수준으로 운행된다.

KTX는 광역철도보다 운행 차질이 크다. 다가오는 주말 수시 논술고사와 면접 등 대입 일정이 몰려있어 철도를 이용해 상경하려는 지방 수험생들의 불편이 클 전망이다.

또 파업이 4주차를 넘어 장기화될 경우에는 대체 인력 피로도와 운행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KTX 운행률이 필수유지업무 수준인 56.7%로 낮아지게 된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따른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철도노사는 교섭을 통한 합리적 방안 도출로 열차운행이 신속하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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