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하나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핵심인 선거법 개정안 협상시한이 48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폭력사태로 불리는 ‘패스트트랙 대전’의 2차전이 열릴 조짐이다.
자유한국당은 24일 오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데 이어 25일에는 황교안 당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는 범여권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황교안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 저와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 끝이 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단식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선거법 개정관련 범여권 연대를 향해 “밥그릇 욕심 내려놓으라. 억지로 먹으면 탈난다”면서 “패스트트랙은 그대로 두고, 계속 협상을 하자고 한다. 공갈협박에 이은 ‘공갈협상’”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어 “승부조작 심판이 버젓이 있는데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 패스트트랙만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협상다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원점에서의 재논의를 천명할 경우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안 강제부의가 이뤄질 경우 법안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주당 등 선거법 개정 범여권연대(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강행처리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한국당이 ‘비례대표 폐지 및 지역구 의석수 270석’ 입장을 고수하며 전체합의가 무산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연대만으로 본회의 상정 및 표결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비제)에 대해 입장변화가 전혀 없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대응해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연대를 통한 처리방침을 거듭 시사했다.
이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의) 방미 과정에서도 패스트트랙 협상과 관련한 주요 합의 시도 여지를 황 대표가 원천 봉쇄해 유감”이라며 “단식을 풀고 집중적인 협상과 합의 도출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 한국당이 협상에 나설 여지를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또한 최고위에서 “현재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선거법 개정안의 심의 마감이 내일인데도 한국당은 당 대표도 원내대표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번처럼 물리적으로 저지할 작정이 아닌가 걱정”이라며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12월 17일부터) 때까지는 사법 개혁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