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지만 법원은 사건을 촉발한 ‘별장 성접대’ 영상과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판결문에 이같이 적었다.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지속적으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사진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 전 차관 측은 사진이 찍힌 2007년 11월 13일 오후 9시 57분에는 촬영장소가 아닌 자택에 있었고 사진 속 남성과 김 전 차관의 가르마 방향이 달라 동일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진상 남성은 김 전 차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다른 사람이 찍혔을 가능성, 윤씨가 김 전 차관과 닮은 대역을 세워 촬영했을 가능성 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 사진 파일이 저장된 CD에는 ‘원주별장 동영상’도 들어있어 영상 속 인물과 사진 파일의 인물은 같은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윤씨 운전기사가 김 전 차관을 역삼동 오피스텔로 데려다준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 사진이 찍힌 날에 실린 기사 사진과 비교할 때 가르마 방향을 제외하면 김 전 차관 모습과 흡사한 점, 사진 속 여성의 진술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가르마 방향이 다르다’는 김 전 차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윤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는 사진을 회전, 상하·좌우 대칭으로 저장하는 기능도 있다”며 압수되기까지 여러 번 다른 매체에 저장되는 과정에서 좌우 반전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2월까지 원주 별장에서 4회,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3회 등 모두 7회에 걸쳐 성접대 등 향응을 수수하였다고 봤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별장 성접대 영상 속 남성이 자신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후 세 차례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모두 “영상 속 남성은 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2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윤씨로부터 13차례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 뇌물 수수액이 1억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A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외 김 전 차관이 2012년 사망 후 저축은행 회장 B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사업가 C씨로부터 8년간 총 4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와 직무관련성 부재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 항소 방침을 밝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