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GS그룹을 이끌어온 허창수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3일 GS그룹은 허 회장은 그룹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은 GS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물러난다. 허 회장의 그룹 회장 임기는 2년 이상 남은 상태다. 신임 회장에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날 허 회장은 “지난 15년 간 ‘밸류 넘버 원 GS를 일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면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라며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는데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 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 활로를 찾아야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GS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원의 재계 8위 그룹으로 키워낸 안정적인 리더로 평가받는다. 2004년 LG와 잡음없이 계열분리를 마루리 지은 허 회장은 2005년 GS그룹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계열사 15개에 자산 18조원, 매출 23조원이었던 그룹을 15년 만에 계열사 64곳, 자산 63조원, 매출 68조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허 회장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개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GS그룹의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켜 에너지 사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ㆍ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규 사업을 육성했다.
유통사업에선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을 도모했다.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슈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GS홈쇼핑은 인도·중국·태국 등 해외로 진출했다. 건설사업의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브랜드로 안착시키고 최근 AI(인공지능)을 결합한 홈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GS그룹 초대 회장의 용퇴로 GS 3~4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LG그룹 입사후 LG상사 전무와 LG화학 부사장, LG전선ㆍLG건설 회장을 지냈다.
내년 이사회를 통해 신임 회장에 선임될 허태수 회장은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회장의 5남으로 허창수 회장의 막내(넷째) 동생이다.
허 신임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미국 컨티넨탈 은행에 근무하다가 1988년 LG증권에 입사했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GS홈쇼핑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을 잇따라 성공시켜 차세대 GS 그룹 리더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은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이던 GS홈쇼핑 실적을 지난해 4조24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TV 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