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타다’... 이재웅의 이유 있는 호소

벼랑 끝에 선 ‘타다’... 이재웅의 이유 있는 호소

기사승인 2019-12-10 04:00:00

해외에선 IT기업들이 미래차 기술을 선점하려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모빌리티 기업 중 하나인 ‘타다’는 벼랑 끝 위기에 서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연일 SNS를 통해 ‘타다금지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박재욱 VCNC 대표가 사업의 본질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타다의 운명이 어찌 될지 주목이 쏠리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부 웨이모가 지금까지 10만회 이상의 자율주행 택시 운행한 후 애플 앱스토어에 자율주행 택시 앱을 출시했다. 구글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처음 상용화한 지 1년 만에 안드로이드와 애플 양대 앱스토어 마켓에 출시하는 성과를 이뤘다. 

반면 타다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 및 국회가 타다를 택시의 대체재 역할로 정의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 

타다는 지속적으로 “택시업계와 경쟁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의미를 박재욱 VCNC 대표 연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박 대표는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었으면, 경로가 먼저 안내됐으면, 불친절하지 않았으면이라는 당연해야할 문제에 집중했다”고 강조해했다. △바로배차를 통한 승차거부 없는 배차 △표준화된 경로 사전안내 △안심문자와 친절 서비스 등을 제안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타다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이던 이동서비스를 이용자 중심으로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는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 더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라 타다는 보고 있다. 

박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 차량이 보급 될 텐데 그 때 제도가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기술을 적용할 수가 없다”며 “미래에 대비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모빌리티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타다 관계자가 “AI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장기적으로 보면 자율주행차로도 타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 사실은, 타다가 현 이용자 중심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으로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하는 모습까지 미리 그려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웅 쏘카 대표 "서비스 살려달라"며 SNS 통해 비판 및 호소=그럼에도 타다의 운명은 점차 비관적으로 쏠리고 있다.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타다 금지법에 대해 여야는 큰 이견이 없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의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후 8일까지 페이스북에 4개의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입법화 중단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은 150만 타다 이용자의 편익과 1만명의 타다 드라이버, 수백명의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편익과 합법적인 틀에서 시작했으나 갑자기 불법화되어 사업을 접을 위기에 있는 모빌리티 기업의 수많은 일자리를 생각해서 타다 금지법 통과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대응이 감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혁신을 꿈꾸는 하나의 기업을 이렇게 쉽게 문닫도록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타다는 서비스 시작한 지 1년 된, 혁신을 꿈꾸는 직원 100여명의 작은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의 서비스를 1년 만에 막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물었다.

이 대표는 타다 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를 겨냥해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박 의원에 대해 “택시와 카카오는 만나면서 왜 타다는 한번 만나지도 않았는가”라고 꼬집으며 “(택시에) 피해가 실제 있는지, 앞으로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조사도 없고 의견 청취도 없이 만들어진 국토부 안에 졸속으로 타다 금지조항을 넣어서 발의한 것이 박홍근 의원 아닌가”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국토부에 대해서도 "2012년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되어 있는 기사알선렌터카를 국민 편의를 위해 확대 허용하겠다고 했을 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국토부가 당시 입법예고했던 개정안은 자동차대여사업자(렌터카)의 운전자 알선 범위를 제한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해주는 내용의 사실상 '렌터카 활성화법'이었다.

이어 “해외 토픽감이다. 지금이 2019년이 맞기는 하는가. 150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다를 것 없다”며 한탄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붉은 깃발법은 영국이 자동차 산업 등장기인 19세기에 마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자동차 운전자의 조수에게 붉은 깃발을 들고 전방 50m 앞에서 걷게 해 마부나 행인에게 위험을 알리게 만든 법이다. 시대착오적 규제를 상징한다.

그는 앞서 6일에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실장이 "수십만 택시 운전사가 입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아무도 피해를 보고 있지 않다”며 “타다 베이직이 운행하는 서울시 개인택시 운행 수입은 지난해보다 8% 증가했고, 1500대의 타다는 20만대인 택시와 비교하면 1%도 안 되는 숫자”라고 주장했다. 

◆타다 금지법, ‘상생안’이라지만 실효성 없어...'제2 카풀 사태’ 될까=타다의 근거가 된 법과 시행령을 재조정하면서 사실상 현행 서비스가 불가능하게 된다.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모바일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현 상태의 타다 영업을 금지하고타다가 택시면허를 사서 영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일단 타다의 영업 근거가 되는 기사 알선 가능 예외조항을 ‘관광 목적’으로 제한했다.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어야 하고,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로 한정된다. 

대신 '여객자동차 운송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유형의 업종에 참여할 수 있고, 정부는 참여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차량 기여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허용하는 방안이다. 기존 정부안과 정치권 논의사항을 반영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되며, 처벌 시기는 개정안 시행 후 6개월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갑작스런 법 개정으로 타다가 개정법 시행 전 허가조건을 완벽하게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인 상황인데, 타다는 이를 두고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 및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뿐 아니라, 면허 총량제가 도입되면 가장 본질적 목적인 수요자 중심 서비스 공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최저 허가기준 차량 대수와 차고지 등 운송시설을 갖추고 관련 보험에 가입해야 사업허가를 내주도록 한다. 또 택시 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기여금도 납부하도록 한다. 

타다는 택시-플랫폼사업자 간 상생안이 결국 실효성 없는 결론으로 맺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다보다 한차례 먼저 대타협안을 수용한 '카풀' 업체들의 현 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택시와 카풀업체들이 공존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각 2시간만 허용하는 '카풀-택시업계 대타협안'이 나왔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풀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일 4시간 운영으론 수익사업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대타협 테이블에 참여한 카카오도 카풀 서비스 팀도 현재 해체된 상태다.  

박재욱 VCNC 대표는 "기존 면허체계에 묶이면 사실상 기존 파이를 뺏어 먹으며 싸우라는 얘기인데,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며 "뉴욕 같은 경우도 TNC(우버나 리프트 등 새로운 형태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3의 범주인 교통네트워크회사로 규정한 뒤 각자 규제를 만들어 적용)가 활발해지면서 탑승 횟수가 기존 택시 체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으면 입법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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