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영화배우로 돌아온 연예인 이시언 “나름 연기 자신감 있어요”

[쿠키인터뷰] 영화배우로 돌아온 연예인 이시언 “나름 연기 자신감 있어요”

기사승인 2019-12-13 08:00:00


“예전엔 ‘전 연예인은 아닙니다’라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아는 연예인이 됐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배우 이시언은 어느새 MBC ‘나 혼자 산다’의 이시언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꼭 그가 출연한 작품을 봤거나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은 그를 서슴없이 ‘대배우’, ‘얼장’이라 부르며 즐거워한다.

그런 이시언이 올해 초 ‘나 혼자 산다’에서 잠시 하차했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언은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첫 주연을 제안받고 그가 오히려 더 놀랐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처음엔 놀랐어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에겐 도박이잖아요.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오히려 제가 질문을 더 많이 했어요. 왜 그렇게 하시냐고 했어요. 검증된 다른 배우도 많지 않냐는 얘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제일 먼저 저예산 얘기를 꺼내셨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제가 드라마에서 가끔 이 영화와 비슷한 톤으로 연기한 것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찾아봐도 몇 개 없거든요. 제 입장에선 제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죠. 이 사람과 같이 제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게 주연을 시켜주신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내를 죽였다’ 시사회 직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시언의 첫 주연 연기에는 대부분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였다. 이에 이시언은 “아직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이번엔 역할이 아닌 인간 이시언으로 작품 속 상황에 들어간 시도를 해봤다고 얘기했다. 가장 신경 써야 했던 건 술에 취한 연기였다. 

“극 중 정호는 계속 술에 취해 있지만, 장소 문제 때문에 실제론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았어요. 사실 술 취한 연기가 정말 힘들어요. 자칫하면 눈에서 술이 깬 모습이 보일 수도 있거든요. 전 사실 그 부분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멀쩡한 사람이 블랙아웃이라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보시는 관객분들이 판단해주실 것 같아요. 술에 취한 강도가 올라갔다가 한 번 꺾이는 부분이 있는데 아실지 모르겠어요.”

이날 이시언은 배우로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그의 배우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었다. 주변에서 ‘나 혼자 산다’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하기 고민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하차하는 것 역시 아닌 것 같았다. 하차한다고 지금 그에게 씌워진 예능 이미지가 한순간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나 혼자 산다’를 평생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하차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연기에 대한 고민과 욕심이 더 컸다. 데뷔 10년을 맞은 배우로서 앞으로 연기에 대해 더 연구하고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실 수 있지만, 저 스스로는 나름대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요. 평소엔 혼자 연습실 가서 연습하진 않고 새로운 생각들을 연습해보는 편이에요. 다른 배우분들을 보면 다른 톤의 느낌을 구사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런저런 톤에 대해 생각하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거죠. 최근에는 조우진 선배가 영화 ‘마약왕’에서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저와 같은 부산 방언을 쓰시는 분인데 왜 제가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 난 왜 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어 너무 안타까웠어요. 주변에 친한 형이 실제로 그런 말투를 쓰거든요. 정말 훌륭하게 잘 소화하셔서 한편으로 조금 부럽기도 했어요. 그런 연기를 보면 저도 어떤 새로운 톤이 있을까 계속 찾게 돼요.”

이시언은 2019년 쉬지 않고 달렸다. 연초부터 ‘아내를 죽였다’를 촬영하고 tvN ‘어비스’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TV조선 ‘간택’을 시작해 지금도 촬영 중이다. 그러면서 ‘나 혼자 산다’도 병행하고 있다. 이시언은 “바쁘고 행복한 한 해를 잘 보냈다”라면서도 “바쁘지 않으면 어떨지 불안하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사실 전 목표를 잘 정하지 않아요. 목표가 생기면 쓸데없는 자괴감이나 걱정이 생기잖아요. 저 사람이 몇 살 때 이렇게 됐으니까 나도 그 나이에 저렇게 되는 게 꿈이야 라는 식으로 하진 않아요. 그것보다 ‘되는대로 하자’에 가까워요. 어떤 일이 생겨도 계속 방어하면서 상처받지 않겠다는 마음이에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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